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静かに朝は
by ABYSS
크리스마스 추천서, 나의 첫 에세이를 PR 하다

책을 내고싶다고 생각했던 적은, 어쩌면 한 번도 없다. 어느새 글 좀 쓰는 사람이라면 책 한 권 쯤은 갖고있는 세상이 되었지만, '책을 출판하고 싶은 욕심'은 아마도 단 한 번 없었다. 몇 해 전 '퍼블리'에 리포트를 준비하며 일본의 독립 출판, 자가 출판 취재를 위해 '혼자서 쓰고 만들고 출간'하는 사람들을 만나 조금은 낯선 설렘을 느끼기도 했지만, 자가 출판, 그리고, 진(ZINE)이란, 어쩌다, 어찌할 수 없이 '책'의 형태가 되어버린 1인칭 '모노드라마'에 가까웠다. 글이 있고, 종이가 있고, 표현을 담는 그릇이 있고. 이만큼 뚜렷한 목표도 없이 30년 넘게 살았다는 게 좀 헛헛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불안했고, 때로는 괜찮았다. 겁이 많은 사람이라 목표 한 번 또렷한 목소리로 말해본 적도 없지만, 어찌어찌, 뚜벅뚜벅, 때로는 부끄러운 고마움에 떠밀려, 그런 리듬으로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시대착오적일 수가. 그렇게 살다보니 올해 3권의 책을 작업했다.

두 번째 책이자 첫 번째 에세이, 올 여름 번역한 자기 계발서까지 포함하면 모두 세 권의 책을 만들었다. 사실 돌이켜보면 기자가 될 거라 20년 인생 중 단 한 번도 생각한 적 없었지만 기자로 살았고, 도쿄에 처음 간 건 스물이나 넘어서였는데 어쩌다 일본 없이 설명할 수 없는 인간이 되었다. 회사 생활 10여 년째, 2016년의 늦여름, 그 '멈춤'이 이렇게 오래 이어질 거라 생각도 못했는데, 그러니까 금방 회복될 줄 알았지만 어느새 4년째 여름이 지나갔다. 말하자면 예측(상) 불가능의 인생. 하지만 또 한 번 돌이켜보면 어느 하나 갑작스런 우연으로 생긴 '사건'들은 아니다. 지나간 어느 시간 어느 순간 나와 함께했던 그와 그들이 2020 다시 만나 이곳에 새로움, '오늘'을 만들어낸다. 미쳐 버리진 못해 계속하고 있는 이글루스에서 책 한 권이 시작됐고, 오래 전 함께 일했던 선배의 작은 부탁에서 또 한 권이 시작됐다. 번역서에 이름을 올리게 된 것 역시 20여 년 일본 언저리를 서성이던 나의 바보같은 수천 일 덕분이다. 12월을 시작하는 첫 주, 나의 첫번째 에세이 '때로는 혼자라는 즐거움'이 나온다. 

사실 스트레이트 기사를 좀처럼 잘 쓰지 못하는 내게 에세이는 조금 남다른 의미처럼 느껴진다. 무엇 하나 쓰려고하면 내 안의 무언가가 튀어나오기 십상이었고, 밋밋한 팩트로만 채워진 문장은 별로 내키지 않았다. 그러고보면 오래 전 '씨네21' 시절 단신 페이지의 메인 기사를 쓰느라 처음으로 야근을 했던 밤이 기억난다. 그리고 혼자, 홀로 아무런 목적도 없이 글을 써온 게 벌써 5년째다. 돌연 생겨버린 텅 빈 구멍에 나도 알지 못할 이런저런 상처 투성이의 문장들을 채우고 또 채웠다. 세상은 무슨 영문인지 멈춰서 부쩍 내게 다가온 듯도 싶지만, 난 왜인지 올해 내가 아닌 타인 곁에 다가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혼자 낑낑대며 썼던 문장들의 얼룩을 편집자의, 내가 아닌 타인의 자리에서 생각하고 싶었다. 그만큼의 거리를 내가 아닌 그들의 품안에서 채우고 싶었다. '때로는 혼자라는 즐거움'은 본래 '슬기로운 집콕생활'로 시작을 했고, 그만큼, 발랄한 타이틀에서도 느껴지듯 내가 아닌 '너'를 향해 뛰어가려 애썼던 날들의 결과다. 물론 많은 실패의 자욱들은 남아있지만. 

하지만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이 책엔 '집콕' 생활 5년차의 노하우가 담겨있다. 나에게 지치고 나에게 위로받던 새벽이 넘실댄다. 편집을 해주신 편집장 선배는 '크리스마스에 맞춰서 내고 싶다'고 하셨는데, 정말 크리스마스에 어울리는 한 권이다. 내 책이라서가 아니라, 정말 그런 기대로 글을 쓰고 또 썼다. 때로는 혼자라는 즐거움. 어쩌면 이 짤막한 찰나에 수 천일을 살았는지 모른다. 이상, 나의 첫 에세이 PR.

#때로는혼자라는즐거움 #파람북 #첫에세이 #エッセイ的な人 #도쿄의시간기록자들 #일주일은금요일에시작하라 #꼼지락 #에드워드호퍼 #roombysea
by ABYSS | 2020/11/30 20:29 | Culture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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