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이아닐지도몰라


"아쿠츠 씨의 독서는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 ‘배움이 있는’ 것도 아닌 느낌이 든다. 때로는 몇 번 읽어도 이해되지 않는 감상을 쓰면서 마음에 든 한 구절을 인용해 놓은 경우가 많다. 애초 그는 ‘책을 읽은 감상이란 좋아하는 문장을 도려내 써보는 것이야말로, 가장 솔직한 감상의 행위’라고 말했으니까. 책은 배움을 위한 것이란 인식을 갖기 마련이지만, 음악이라면 듣고 배우려 하지 않는 것처럼, 독서도 단순히 그 시간을 즐기는 것으로 있어도 되지 않을까, 아무런 근거도 없이 난, 그런 생각을 한다." -ソトコト 중에서


아마도 2주 전, 서로 다른 사람에게 서로 다른 책 두 권을 선물 받았다. 보다 더 전 지난 달에는 왜인지 ‘일이 될 것 같은’ 연락이 연달아 몇 개나 오기도 했다. 책을 선물받는다는 건, 다른 선물에 비해 좀 다른 푸근함인데, 아마 그건 책을 읽으며 지낼 몇 시간 어쩌면 며칠이 그렇게 내게 도착한 일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책의 선물이란, 그렇게 계속 지속된다. 코로나가 시작하고, 일본에선 ‘이제 일기가 뜰 것이다’란 말이 나온 적이 있다. 우치누마 신타로 씨는 그래서 일기, 또는 그와 관련된 책들 만을 모아 ‘츠키비’란 책방을 새로 열기도 했는데, 새삼 목적을 갖지 않는 것들이란 무엇일까. 나의 경우, 목적을 갖고 시작한 일들이 목적을 이뤄낸 적보다 그렇지 않은 결과가 왜인지 만들어진 경우가 월등히 많다 느끼는데, 어쩌면 난 이런 걸 우연의 결실이라, 이젠 말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저 우연히 만났을 뿐, 우연히 하지 못했을 뿐, 우연히 서로가 달랐을 뿐. 그래서 때로는 아슬아슬 긴장되고, 하지만 대부분은 삐걱이며 힘이 들고. 그러니까 우연은 아마 가장 우연같은 것. 비가 그친 듯 싶어 밖에 나가 담배를 하나 꺼냈더니 다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 묘한 타이밍. 우연은 어쩌면 이미 그곳에 기다리고 있는 걸까. 책을 읽는다는 건, 아마 우연을 만나러 가는 일인지 모른다. 그리고 그 우연은 그래서 때로 실패이곤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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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BYSS | 2022/08/25 20:51 | Ein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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