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静かに朝は
by ABYSS
홀로 있는 사람들


체념이란 말은 도망가는 거라고 생각했었다. 포기와 좌절, 실패의 다른 말이라고 생각했었다. 언니네 이발관의 이석원이 세상은 내가 바라는 세상이 아니고 나도 세상이 원하는 내가 아니라고 말하기 전까지 체념은 나에게 패배자의 변명이나 다름 없었다. 하지만 그가 노래하는 체념 속에는 수많은 좌절과 실패, 그리고 고뇌와 번민이 담겨 있었다. 체념이 수많은 아픔을 품고 있었다. 나는 그 아픔이 안쓰러웠고 그 체념이 슬피 들렸다. 이석원은 몇 해 전 <실내인간>이란 책을 썼었다. 나는 이 책을 갖고 그와 인터뷰를 했었는데 그 때의 그의 인상이 깊숙이 남아있다. 신사동 커피숍에서 마주앉은 그는 내게 커피를 못 마신다고 했었다. 물어보진 않았으나 아마 그는 담배도 피지 않을 것 같다. 그의 말은 조심스러웠고,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단어 하나, 하나를 섣불리 내뱉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내가 아는 한 그는 세상에서 가장 조심스런 사람이다. 

그들의 마지막이 될 앨범 '홀로 있는 사람들'은 체념의 한자락이다. 듣고 있노라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외로움은 다짐을 해도 별 수 없는 것이 되고(영원히 그립지 않을 시간), 주변엔 나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고(홀로 있는 사람들), 인생은 춤추지 못하는 세상이다(홀로 추는 춤). 하지만 이석원은 최선을 다한다. 도망가기 전에 주위를 살피고, 세상에 자신은 잘못이 없다고 읍소도 한다. 그러니까 여기서 체념은 도망이나 실패를 말하지 않는다. 그는 외친다. "알고 싶다, 알고 싶다"고(창 밖에 태양이 빛나고). 자신과 친하게 지내지 못하는 세상을 최대한 이해하려 한다. 그래서 이들의 노래는 실패가 아닌 게 된다. 앨범에는 '너'가 여럿 등장한다. 하지만 노래를 듣다 보면 '너'는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그는 보이지 않는 '너'와 춤추고, 보이지 않는 '너'에게 말을 건다. 도달하지 못하는 무수히 많은 마음, 허공만 맴도는 무수히 많은 '너', 이 안에서 춤을 춘다는 건 외로운 의지이자 절박한 마음이다. 불과 몇 해전만 해도 그는 '실내 인간'이었다. 하지만 이제 춤으로 마지막을 고한다. 세상에 더 도 없을 아름다운 체념이다.  


by ABYSS | 2017/06/14 18:00 | Ein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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