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03월 13일
걱정말아요, 그대

김제동은 정치적인 이야기도 거리낌 없이 자유자재로 다룬다. 그의 개그는 별로라 생각하지만 그가 이야기를 끌어내는 능력이 월등히 좋다는 데에는 동의한다. 그리고 패널로 출연한 정재찬 박사는 두 세개의 시를 소개한다. 97화에서 그가 낭독한 건 이준관 시인의 <구부러진 길>이었다. 시는 "반듯한 길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 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 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고 말한다. 실패, 좌절 없이 탄탄대로의 길로 사는 것보다 굴곡 많고 장애물도 많은 거친 길로 사는 게 더 아름답다는 얘기일 것이다. 방송을 보며 '내 삶은 구부러진 걸까'라고 물어보았다. 재수 없이 학교에 들어갔다. 졸업 전에 회사에 들어갔다. 워킹 홀리데이로 일본에 갔던 1년과 귀국 후 6개월을 제외하면 그렇게 길게 쉬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지금 나는 멈춰있다. 어쩌면 구부러진 길에, 움푹 패인 틈에 걸려있는지도 모른다. 조금 덜컹거리더라도 이제는 다시 걷고 싶다. 더불어 정재찬 박사의 "자신에게 시간을 좀 충분히 줬으면 좋겠다"란 말도 가슴에 와닿았다. 9월에 회사를 그만두고 11월에 병원에 입원했다. 12월 말에 병원을 나와 지금까지 집에서 쉬고 있다. 이미 충분한 시간을 준 것 같다. 9월부터 3월까지 6개월 가량의 시간이 흘렀다. 내가 여기서 할 수 있는 게 뭐일까.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또 뭐일까. 반복에 반복을 살면서 끊임없이 변화를 꿈꾸고 있다. 크지 않은 변화여도 좋다. 내 생에 작은 불빛 하나 밝혀줄 변화라면 충분하지 않을까.
# by | 2017/03/13 15:49 | Culture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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