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말아요, 그대



얘기가 얘기를 잇는다. 마치 끝말 잇기를 하는 것처럼 말이 말의 꼬리를 문다. <김제동의 톡투유-걱정말아요, 그대>는 청중의 이야기로 이뤄지는 토크 쇼다. 매회 하나의 주제를 골라 대화를 여는데 이를 주도하는 건 김제동의 능숙한 지휘다. 말하고 싶어하는 사람을 알아내 말을 걸고, 하나의 작은 주제에서 또 다른 하나의 주제로 가교를 자연스레 잇는다. 이 토크 쇼를 보고 있다보면 사람들이 참 말하고 싶어하는 구나 생각하게 된다. 주제가 어떤 게 됐든 청중은 이야기를 갖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선 패널보다 다수의 청중이 더 말을 많이 한다. 더불어 이 토크쇼는 사람을 참 많이 울게한다.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자주 눈시울을 붉힌다. 나 역시 몇번이나 눈시울을 적셨다. 쇼는 대화의 장이 되고, 감정의 해우소가 되며, 동시에 위로의 마당이 된다. 그리고 나아가 광장이 된다. 
김제동은 정치적인 이야기도 거리낌 없이 자유자재로 다룬다. 그의 개그는 별로라 생각하지만 그가 이야기를 끌어내는 능력이 월등히 좋다는 데에는 동의한다. 그리고 패널로 출연한 정재찬 박사는 두 세개의 시를 소개한다. 97화에서 그가 낭독한 건 이준관 시인의 <구부러진 길>이었다. 시는 "반듯한 길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 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 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고 말한다. 실패, 좌절 없이 탄탄대로의 길로 사는 것보다 굴곡 많고 장애물도 많은 거친 길로 사는 게 더 아름답다는 얘기일 것이다. 방송을 보며 '내 삶은 구부러진 걸까'라고 물어보았다. 재수 없이 학교에 들어갔다. 졸업 전에 회사에 들어갔다. 워킹 홀리데이로 일본에 갔던 1년과 귀국 후 6개월을 제외하면 그렇게 길게 쉬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지금 나는 멈춰있다. 어쩌면 구부러진 길에, 움푹 패인 틈에 걸려있는지도 모른다. 조금 덜컹거리더라도 이제는 다시 걷고 싶다. 더불어 정재찬 박사의 "자신에게 시간을 좀 충분히 줬으면 좋겠다"란 말도 가슴에 와닿았다. 9월에 회사를 그만두고 11월에 병원에 입원했다. 12월 말에 병원을 나와 지금까지 집에서 쉬고 있다. 이미 충분한 시간을 준 것 같다. 9월부터 3월까지 6개월 가량의 시간이 흘렀다. 내가 여기서 할 수 있는 게 뭐일까.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또 뭐일까. 반복에 반복을 살면서 끊임없이 변화를 꿈꾸고 있다. 크지 않은 변화여도 좋다. 내 생에 작은 불빛 하나 밝혀줄 변화라면 충분하지 않을까. 

by ABYSS | 2017/03/13 15:49 | Culture | 트랙백

트랙백 주소 : http://monoresque.egloos.com/tb/3560343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