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静かに朝は
by ABYSS
익숙해짐에 관하여
오래 전 뉴욕에서 가방를 하나 샀다. 얼마 전 센스닷컴에서 가방 하나를 샀다. 하나는 30여 만원, 또 하나는 100여 만원 하는 녀석들이었다. 근데 난 이 가방을 자주 매지 않았다. 비싸서, 아낄려고 그랬던 건 아니다. 이유는 불편해서였다. 100% 나일론으로 만들어진 꼼데갸르송의 백팩은 매가리가 없어 형태가 자꾸 어그러졌고 그래서 보기가 예쁘지 않았다. 종이가 한 움큼 들어 빵빵해 보였던 살 때와는 다른 모양이었다. 검정 가죽 생로랑 숄더백은 그 커다란 몸집에 주머니 하나 없었다. 납작한 명함 지갑을 닮은 파우치 하나가 고작이었다. 안에 물건을 넣으면 크고 작은 것들이 뒤엉켜 엉망이 되었다. 뭐 하나 꺼내려면 애를 써야 했다. 버클 두 개와 조이는 끈으로 가방을 열고 닫는 꼼데갸르송의 백팩 역시 물건 넣고 꺼내기가 불편했다. 실제로 일본 나리타 공항에서 나는 엔화를 찾지 못해 차를 놓쳤다. 기능보다 디자인을 우선하는 내 쇼핑 포인트가 에러를 일으킨 일, 좋다고 다가갔는데 뺨 맞은 일이었다.

얼마 전 영화를 보러 가면서 꼼데갸르송의 백팩을 맸다. 가지고 있던 다른 백팩을 헌 옷 수거함에 넣어 별 선택지가 없었다. 그런데 이놈이 의외로 편하게 느껴졌다. 넓지 않은 어깨에도 흘러내리지 않았고 버클 두 개와 조이는 줄로 되어있어 불편했던 물건 넣고 꺼내기도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버스를 타기 위해 바쁘게 지갑을 꺼낼 때 가방 열기가 빨리 되지 않아 짜증을 냈던 때가 떠올랐다. 이 순간 '그동안 내가 너무 조급해했던 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백팩에는 물건을 넣고 꺼내기 편한 숄더백과 다른 리듬이 존재했던 건 아닐까. 물건 넣고 꺼내기는 편하지만 끈이 자꾸 흘러내려 짜증나는 숄더백은 마음을 놓으니 좀 편안해졌다. 두 개있는 끈 중 하나가 흘러내린다 해도 사실 그렇게 문제가 될 건 없었다. 그러니까 꼼데갸르송의 이 못난이 가방, 생로랑의 불친절한 가방은 조급함을 줄이면, 여유로운 마음을 먹으면 실은 매기 편한 가방이었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노인들의 밀치기엔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기사를 봤다. 그들의 체력을 생각할 때 지하철 문이 열리고 닫히는 시간은 너무 짧고, 문에서 의자까지의 거리는 너무 멀다는 게 이유라는 거였다. 물건에도 그 나름의 리듬이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백팩에는 백팩의 리듬이, 숄더백에는 숄더백의 리듬이 있지 않을까. 그리고 이 리듬엔 맞춰가는 시간이 필요할 거다. 내가 물건에 익숙해짐과 함께 물건도 내게 익숙해진다. 
by ABYSS | 2017/03/27 15:41 | Ein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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