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静かに朝は
by ABYSS
작은 애씀의 빛, 실버 라이닝 플레이북


손수건을 손에 잡고 있습니다. 움직여봐야 소심하게 접었다 둘 뿐 손수건을 그냥 두지 못합니다. 풋볼 게임에 매달리고 이글스 팀을 응원하느라 병원에서 돌아온 아들을 반기지도 못하는 그는 폭력으로 감호소에 들어갔다 온 아들 팻(브래들리 쿠퍼)의 아빠입니다. 팻의 상황도 다르지 않습니다. 자신의 아내 니키(브레아 비)가 학교의 물리 선생님과 함께 샤워하는 모습을 목격한 뒤 그는 폭력으로 감호소에 들어갔고, 니키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결혼식 비디오를 찾느라 새벽 세 시에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며, 샤워 신에 흘렀던 결혼식 음악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아픔이 아픔을 낳습니다. 상처에 아파하는 이는 또 한 명 있습니다. 남편의 비극적인 사고로 미망인이 된 티파니(제니퍼 로렌스)는 회사의 모든 남자와 잠을 자는 행동으로 상처를 덮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홀리고 다니는 게 자신이고, 자신은 그러한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합니다. 고됐을 체념이 연상돼 마음이 아팠습니다. 영화는 사소하고 작은 애씀을 그립니다. 손수건에 집착하는 징크스의 깊은 곳을 품어내고, 비극의 음악이 되어버린 노래에 흔들리는 마음을 안타까워합니다. 보통과는 다른 이들의 보편적인 아픔의 연약한 세계가 완성됩니다. 하지만 영화는 이 연약한 세계에서 한 줄의 희망을 떠올립니다. 희망은 그 어디 먼 곳에 있는 게 아니라 우리의 가슴에 있다는  사실을 현실에서 조금은 벗어난 이들의 애씀으로 그려냅니다. 작아서 쉽게 간과되는 마음이 이 영화에는 있습니다. 

이 영화는 미침에 관한 얘기이기도 합니다. 팻과 티파니는 데이트가 아닌 데이트에서 서로의 아픔에 공감하려 합니다. 하지만 티파니는 자신의 상태를 인정하고 있는 반면 팻은 그러하지 못합니다. 팻은 자신이 티파니와 같다고 생각하지 못합니다. 아니,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저는 여기서 팻의 억지가 안쓰러웠습니다. 그는 가장 좋아하는 일요일을 잃었고, 잘 다니던 학교에서도 물러나야 했습니다. 공들여 쌓아왔던 일상이란 세계가 한 순간에 무너졌습니다. 이럴 때 사람은 티파니처럼 용감하기 힘듭니다.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이고 또 하루를 산다는 건 꽤나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팻은 달립니다. 자신이 다녔던 학교 주변을, 자신이 오고갔던 길을 달리고 또 달립니다. 검정색 쓰레기 봉지를 뒤집어 쓰고 달리는 신은 이 영화에서 가장 힘겹습니다. 그리고 둘은 거래를 합니다. 티파니는 팻이 쓴 편지를 니키에게 전달해 주기로 하고, 팻은 티파니와 함께 댄스 경연 대회에 나가기로 합니다. 작은 두 개의 애씀이 모여 희망이 됩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마음이 가장 애절했던 건 둘의 희망이 완성되는 순간이 아닙니다. 둘이 5점을 받아 희망의 반쪽이 완성된 순간 티파니는 니키와 대화를 하는 팻을 봅니다. 니키와 만난 팻은 이제야 보통의 삶으로 돌아온 것 같습니다. 하지만 티파니의 일상은 무너집니다. 그녀는 눈물을 훔치며 뛰어 나가고, 팻이 뒤쫓습니다. 저는 여기서 둘이 나눈 대사가 지금껏 만들어진 로맨스 영화의 중 가장 아름다운 말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미친 나를 위해 미친 짓을 했군요." 티파니는 거짓말을 했습니다. 자신이 대신 쓴 편지를 니키의 편지라고 전달했습니다. 댄스 경연 대회를 성사시키기 위해, 아니 미친 자신의 일상을 보듬느라 애쓴 흔적은 거짓말임에도 아름다웠습니다. 니키는 팻을 통해 자신을 치유했고, 팻은 니키를 통해 일요일을 되찾았습니다. 헛되지 않았던 애씀이 흘리는 눈물이 느껴집니다.

영화를 보면서 팻에게서 저를 보았습니다. 팻의 아빠에게서도 제가 보였고, 티파니의 미침 안에도 제가 있었습니다. 영화는 종종 우리를 대신해 얘기를 하는 것 같습니다. 팻이 간신히 니키와의 시간을 정리한 뒤 일요일을 되찾았을 때, 병원에서 두 달 여를 보내며 잃어버렸던 일상을 떠올렸습니다. 팻의 아빠가 손수건에 집착해 안절부절할 때 작은 징크스를 쌓아가며 살았던 날들을 생각했습니다. 티파니의 미침은 저의 혼잣말과 닮아 있었고, 팻의 폭력은 저의 짜증의 또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사람은 자신을 받아들이는 게 가장 힘든 것 같습니다. 세상은 아프고도 아파 견디고 참아야 할 일이 참 많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해결되는 게 있을지 모르나 결코 그 어떤 아픔이나 상처도 사라지진 않습니다. 비디오 테이프를 찾느라 엄마 아빠를 깨웠던 팻은 혹시나 옷이 없어졌을까 자다말고 옷장을 뒤졌던 또 다른 저였습니다. 이 영화는 완벽한 해피엔딩입니다. 영화는 이제야 일상에 안착한 팻과 티파니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다시 일요일이 좋아졌다. 주변 사람들이 내게 해준 일을 생각하면 나는 행운아였다." 팻은 말합니다. 저도 말했습니다. 세상은 일요일 아침 햇살처럼 우릴 다시 찢어 놓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찢어진 세상을 다시 복구할 빛은 우리 마음 안에 있습니다. 팻이 달리고 다리고 또 달렸을 때, 티파니가 춤 추고 춤 추고 또 춤 췄을 때 빛은 조금씩 자라고 있었습니다. 마음의 한 조각, 애씀의 한 켠에서 희망을 이야기하는 이 영화야 말로 해피엔딩의 완결판이 아닐까 싶습니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행운아입니다. 
by ABYSS | 2017/06/10 15:53 | Ein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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