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静かに朝は
by ABYSS
눈물과 비


필연이 우연의 옷을 입고 두 번의 '제발'을 가져다 줬다. 울음을 쏟고 하염없이 길을 나서 비하인드까지 갔다 돌아온 날, 나는 '제발'의 묘한 울림과 마주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음악을 틀었더니 한 번은 GD가, 또 한 번은 기억나지 않는 누군가가 '제발'이라고 노래했다. 위안을 받아야 하는 건가 싶은 생각이 조금씩 새어나왔다. 작은 것도 소중하게, 아픔은 아픔대로, 상처는 상처대로 열심히 살면 되는 줄 알았다. 모든 것엔 의미가 있는 줄 알았다. 그렇게 생각했더니 마음이 편안해졌었다. 이토이 씨가 그렇게 썼었다. 하지만 나의 그 작은 아픔과 상처에 대한 마음은 너무나도 가냘프고 연약해서 별 거 아니었을 사소한 실수에 무참히 무너져내렸다. 온몸이 언 것처럼 가만히 있었고, 마음 속으로 '어떡해'란 말만 되뇌었다. 엄마의 생신이 며칠 지나지도 않아, 엄마에게 울먹이며 편지를 섰던 날이 며칠 지나지도 않아, 나는 또다시 우울을 해맸다. <철 들면 버려야 할 판타지에 대하여>란 책에서 노라 에프런은 상실에 관련한 쓰디쓴 조언을 한다. 나는 그녀의 문장에서 나아가지 못했다. 같은 문장을 보고, 또 보면서, 읽고 또 읽으면서 우울을 보듬으려 애썼다. 그랬던 것 같다. '제발'에 매달리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았다. 작고 작게 살아가기에 세상은 너무 만만치 않았다. 나는 힘이 없었다.

하룻밤 자고 나면 괜찮아질 줄 알았던 뒤숭숭함은 해가 떠올라도 변함이 없었다.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떠먹었고, 운동을 하는 둥 마는 둥 또 했다. 방송을 들으며 딴 생각을 하는데 나가야 할 것만 같았다. 할 일이 있는데도 자꾸 나갈 구실을 찾았다. 결국 나는 엄마에게 도서관 간다는 말을 하고 집을 나섰다. 기분이 조금은 괜찮아졌다. 지금은 비하인드다. 새벽에 듣는 일본어 방송에서 마음 맞는 몇 안되는 친구 중 하나인 유나삐가 홍대신의 비지니스에 관해 얘기했다. 옆에서 얘기를 주고받던, 내가 좋아하는 사회자 시오리 씨는 유즈랑 비슷한 느낌이냐고  물었다. 티 없이 환하게 웃는 유즈의 키타카와 유진의 얼굴이 떠올랐다. 목에 힘줄을 세우며 있는 힘껏 노래하는 그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들의 노래 '비와 눈물'을 들었다. 나는 그 노래에서 나아가지 못했다. 그렇다. 또 나아가지 못했다. "그렇게까지 울지 않아도 돼요. 곁에 있어요. 당신의 눈물이 언젠가 굵은 비가 되어 대지를 단단하게 할 거니까요." 듣고 또 들었다. 읽고 또 읽었다. 작고도 아픈 기억은 왜 이리 자주 찾아오나 싶었다. 버스에서 내려 길을 걷고 있는데 자동차 한 대가 클락션을 울렸다. 그 앞엔 비둘기 한 마리가 걷고 있었다. 나는 혼잣말로 '얘, 비켜'라고 했다. 꽤나 귀엽잖아. 웃음이 나왔다. 노라 애프런은 와플과 공원만으로 일요일은 충분하다라고 썼었다. 나는 이러한 순간으로 내 아픔은 충분하다는 생각을 했다. 

저녁 약과 자기 전 약을 거의 동시에 먹고 책을 읽었다. 열 한시에 시작하는 방송을 보기 위함이었다. 누나들이 <비밀의 숲>을 보는 걸 기다렸다. 시계가 숫자 11을 가리키기를 기다렸다. 내용은 아사히 신문에서 일하다 나이 오십에 돌연 퇴사를 한 이나가기 에미코 씨의 이야기였다. 그녀는 회사와 자신을 분리하는 법에 대해 얘기했다. 아니 그렇게 사는 삶을 보여줬다. 그녀는 공원 벤치에 사무실을 꾸렸고, 집에서 요가 레슨을 하며 살았다. 머리는 "재밌을 거 같아서"라고 말하며 아프로 파마를 했다. 그녀의 삶이 남 얘기 같았다. 당연한 얘기다. 하지만 나는 요즘 모든 게 내 얘기인 것만 같았다. 언니네 이발관의 이석원이 '세상이 내가 원하는 세상이 아니고, 나도 세상이 원하는 내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노랫말도, <실버라이닝 프레이북>의 팻이 일요일이 무너졌다고 말했던 대사도, 혁오가 '행복하지만 불안해'라고 하는 것과 방탄소년단이 '나는 내가 너무 미워'라고 노래하는 것까지도. 세상에 내가 너무 많았다. 정작 내 자신의 감정조차 다스릴 줄 모르면서 남의 삶에서 기생하려 했었다. 그랬던 것 같다. 그게 그나마 위안이 됐었다. 하지만 이나가기 씨의 삶이 내게 준 작은, 또 작아서 탈이지만, 깨달음이 있다면 그건 '분리'였다. 나는 내 주변의 것들로부터 나를 분리해야했다. 그들이 나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될지언정 내 인생은 아니란 걸 이제야 알았다. 필연은 우연의 옷을 입고 올 지 모르나 그 필연이 나의 전부는 아니었다. 


by ABYSS | 2017/06/12 15:30 | Ein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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