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静かに朝は
by ABYSS
레이디 맥베스


자로 잰 듯한 사각 프레임, 숨이 막혀올 것 같은 폐쇄감. 영국의 윌리엄 올드로이드 감독이 연출한 <레이디 맥베스>는 죄어오는 느낌으로 수렴되는 영화다. 카메라는 정면의 인물을 초상화처럼 잡아내고 코르셋과 무언의 규율은 주인공 캐서린을 옥죄어오며, 지위를 유지하는 캐서린의 위압적인 치마 품은 좀처럼 꺼질 줄을 모른다. 더불어 절제된 카메라는 건조함을 느끼게 하고 그렇게 그려진 화면은 갑갑한 계급 사회의 무드를 드러낸다. 시대는 19세기 중반의 영국. 캐서린은 어느 지주 가문의 중년 남자에게 팔려온다. 그런데 그녀의 태도가 심상치 않다. 있는 힘껏 힘을 주어 머리를 빗기는 하녀 안나의 손길에도 끄떡없이 견디며, 춥지 않냐는 말에도 괜찮다고 답한다. 밖으로 비친 풍경은 매서운 바람이 날카롭게 대지를 가르고 있다. 그렇다. 그녀는 강한 여자다. 영화는 바른 자세로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는 캐서린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이는 영화의 얼개이자 축을 은유한다. 캐서린은 억압받는 자임과 동시에 그것을 버텨내는 단단한 나무 같은 여자인 것이다. 

캐서린은 도발한다. 시아버지와 남편인 알렉산더가 집을 비운 사이 하인인 세바스찬과 놀아나기 시작한다. 이 둘의 관계를 아는 건 말수가 적은 하녀 안나 뿐이다. 그런데 여기서 안나와 캐서린의 관계가 의미심장하다. 캐서린과 세바스찬의 관계는 결국 발각되는데 처벌을 받는 건 캐서린이 아닌 안나다. 아무리 억압을 당해도 캐서린은 억압자의 위치에 있다. 그녀가 갈망하는 자유는 누군가의 핍박에서 얻어진다. 영화는 이 아이러니를 한 사람 같은 두 사람, 두 사람 같은 한 사람의 형태로 구현해 낸다. 동시에 이야기가 극도에 치달아 갈 때 즈음 안나가 다시 등장한다. 시아버지의 독살, 주인의 죽음으로 정신을 잃은 그녀는 말을 잃는데 캐서린은 모든 게 안나와 세바스찬의 짓이라며 누명을 덧씌운다. 하지만 안나는 말을 하지 못한다. 나는 여기서 영화적 체험을 경험했다. 어김없이 정면으로, 정면에서, 사각 프레임의 꽉 막힌 느낌으로 잡아내는 안나의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얼굴은 이 영화의 핵심이 아니었나 싶다. 실패한 성공과 위선된 자유, 무화되어버린 자유에의 갈망. 묵직하고 담담해 도발적인 영화는 피를 뚝뚝 떨군다. 


by ABYSS | 2017/08/12 12:01 | Culture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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