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静かに朝は
by ABYSS
더 테이블


흩날리는 빗물, 흘러가는 꽃잎. 음악이 자리를 만들고 카메라가 감정을 내려 놓는다. 김종관 감독의 신작 <더 테이블>은 여럿 사물의 클로즈업으로 시작하는 영화다. 빗방울과 물컵, 꽃잎과 테이블. 익스트림 클로즈업으로 잡힌 사물들이 극의 무드를 잡는다. 꽤나 감성적인 첫인상이다. 이후에도 영화는 사물들을 주기적으로 자꾸 비춘다. 사람과 사람 사이, 대화와 대화 사이 사물이 감정의 결을 고른다. 하지만 <더 테이블>이 감성 팔이용 영화거나 가볍기만 한 영화인 것은 아니다. <더 테이블>은 무어라 단정할 수 없는 감정의 맥락, 어떻게도 다 표현해내지 못하는 마음의 깊이와 품을 드러내려 애쓰는 영화다. 차분하고 침착하며 섬세하고 사려깊다. 그러니까 김종관 영화의 어떤 정수가 이 영화에는 들어있다. 

유진은 연예인이다. 창석은 유진과 한 때 사귀었던 남자고 둘은 지금 어느 까페에 함께 앉아있다. 대화는 서로의 근황을 묻는 것으로 시작해 무엇이 변하고 무엇이 변하지 않았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지나 연예인 찌라시에 이르는데, 영화는 이미 추억이 되어버린 누군가의 마음과 아직 미련이 잡고 있는 누군가의 마음이 부딪히는 작은 소동을 보여준다. 유진은 '이 테이블에만 꽃이 있다'며 설레어하는 반면 창석은 '이게 다 추억'이라며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한다. 너무 가버린 마음과 아직 다 가지 못한 마음이 부딪혀 바스락거린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익스트림 클로즈업이 가장 많이 쓰인 이야기다. 거의 모든 장면이 익스트림 클로즈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인데, 이야기는 '그런' 사이의 '그런'에 대해 이야기한다. 경진과 민호는 어쩌다 한 번 경진의 집에 묵어 '그런 사이'고, 세번 밖에 보지 않았기에 또 '그런 사이'며, 민호가 여행을 갔다 온 뒤 다시 또 만나  '그런 사이'다. 그러니까 이 에피소드는 사랑과 우정, 아니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그저 조금 좋거나 많이 좋거나 아니면 더 좋거나 덜 좋거나의 상태를 그려낸다. 사랑은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찾아온다. 

세번째 에피소드를 보다 조금은 멍한 기운에 빠졌다. 에피소드는 사기 결혼을 하는 여자 은희와 그 여자의 가짜 엄마가 되어 줄 여자 숙자의 사전 모의 상황을 보여준다. 그런데 어느 순간 가짜 속에 진짜가, 아니 가짜도 진짜도 아닌 무언가가 우리 안에는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마치 진짜 엄마가 된 것처럼 상견례 자리의 역할을 수행하는 김혜옥의 연기는 너무나 아름답고 그 감정은 너무나 가녀리고 연약해 안쓰럽다. 엄마, 딸, 결혼 그 무엇도 다 무화되면서 떠오르는 순수한 어떤 감정 하나. 이야기는 그 감정을 드러낸다. 이 영화의 성취라 생각했다. 그리고 마지막은 첫번째 에피소드와 상응하는 느낌의 이야기다. 결혼을 앞둔 혜경은 헤어진 남자인 운철이 못내 아쉽고, 이미 헤어짐을 선택했다고 믿는 운철은 혜경이 밉지만 사랑스럽다. 그리고 '사람 가는 길 따로 있고, 마음 가는 길 따로 있다'는 대사. 수차례 반복되는 이 대사는 <더 테이블>의 전체를 매듭지어주는 역할을 한다. 둘은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가는데 그들이 떠난 자리엔 감정이 남아있다. 둘은 감정을두고 떠났다. 그러니까 선택을 했다. 이것이 어쩌면 삶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남기고 영화는 떠나간다. 
by ABYSS | 2017/08/19 17:29 | Culture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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