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est Liar, 츠마부키 사토시 妻夫木聡



'갈 때 없으면 우리 집 올래?' 이 말에 마음 흔들리지 않는 이 없을 것이다. 주소 불명에, 오갈데 없는 남자 나오토(아야노 고)에게 이보다 치명적인 말 없을 것이다. 그것도 해맑은 웃음으로 꿈에 도전하고(영화 '워터 보이즈') 티 없는 마음으로 몰래 사랑에 빠졌던(드라마 '런치의 여왕') 청년, 츠마부키 사토시의 대사라면 말이다. 심지어 충격적이기까지 할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츠마부키 사토시가 달라졌다.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앳된 얼굴이 점점 자리를 감춰갔고, 어둠과 아픔의 그늘이 꽤나 짙어졌다. '69',  '악인 悪人', '분노 怒'로 이어지는 이상일 감독과의 작업 탓인 것도 같고, 허우 샤오시엔 감독의 영화 '흑의의 자객 黒衣の刺客' 이후부터인 것 같기도 하다.  물론 나이 탓일 수도 있다. 그는 올해로 서른 여덟이다. 하지만 올해 그는 일가 파탄 살해 사건의 뒤를 쫓는 영화 '우행록 愚行録'에서 시리어스한 역할 기자를 연기했고, 동시에 시부야 춋카쿠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오오네 히토시의 '오쿠다 타미오가 되고싶은 보이와 만나는 남자 모두를 미치게 하는 걸 奥田民生になりたいボーイと出会う男すべて狂わせるガール'이란, 제목도 길고 코믹한 영화에서 주인공 '오쿠다 타미오가 되고싶은 '보이''를 연기했다. 나이가 설명하지 않는 변화가, 조짐이, 기운이 츠마부키 사토시에게서 보인다. 그는 그냥 나이를 먹은 게 아니다. 

츠마부키 사토시는 귀엽다. 꽤나 동안이고(그의 나이는 올해 서른 여덟이다), 꽤나 앳되다. 영화 주연 데뷔작이자 대표작이 되어버린 영화 '워터 보이즈'의 싱크로나이즈드 소년, 스즈키 사토시는 여전히 그에게 따라붙는 이미지다. 심지어 역할의 이름과 본인의 이름이 같기까지 하다. 이런 걸 우리는 어쩌면 운명이라 부르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얼굴엔, 이런 이미지엔, 그러니까 동안엔 나름의 한계가 따라붙기 마련이다. 20대가 되어도, 30대가 되어도 고등학생을 연기할 수 있다는 건 장점인 반면 단점이기도 하다. 그래서 츠마부키 사토시가 궁금했다. 싱크로나이즈드에 열중했던 소년이 어떻게 자라날지, 마음 표현에 서툴었던 청년이 어떻게 어른이 되어갈지, 그의 내일이 알고 싶어졌다. 심지어 '뮤지엄 ミュージアム'에서 함께 했던 오구리 슌은 '(드라마) ’오레지 데이즈’ 같은 건 부키에게 가잖아요'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물론 그에게서 성장의, 변화의 조짐이 보이지 않았던 건 아니다. 아마도 이누도 잇신의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ジョゼと虎と魚たち'이 츠마부키 사토시 영화의 첫 분기점이 될 것이다. 그는 이 영화에서 마음 상냥한 청년으로 시작해 어찌할 수 없는 타인과의 관계를, 본질적으로 감내하기 힘든 삶의 무게를 절감하는 성장의 드라마를 보여준다. 그것도 몹시 아프고 애절하게. 조제 곁을 떠나면서 읊조렸던 츠네오의 대사를 잊을 수 없다. '여러 이유가 있었다. 아니다, 나는 도망쳤다.' 그렇다. 츠마부키는 성장했다.

'박치기'로 알려진 이츠즈 카즈유키의 '황금을 안고 튀어 黄金を抱いて飛べ', 이상일 감독의 '악인'과 '분노'. 이 세 편의 영화를 보고 그동안 츠마부키 사토시를 오해했음을 알았다. 외연으로 확장되기 힘든 얼굴이라 생각했던 그의 얼굴이 의외의, 기대 이상의 영역을 펼쳐내기 시작했다. '황금을 안고 튀어'에서 츠마부키는 결코, 단 한 차례도 밝은 표정을 짓지 않는다. 과거가 다소 미스테리하게 그려진 이 작품에서 츠마부키는 아픔과 고통, 덩어리 그 자체다. 표정에 미동이 없다. 감정은 깊은 우울 속을 무겁게 내딛을 뿐 굴곡이 전혀 없다. 하지만 츠마부키가 연기한 코다가 유일하게 감정을 폭발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 대목에서 나는 코다를, 미스테리하게 그려졌던 그 남자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츠마부키는 츠마부키가 아니었다. 그는 즉, 코다였다. 아픔과 고통, 덩어리 그 자체였다. 츠마부키 사토시는 이상일 감독과 함께 가진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악인' 이후부터 생각하는 자신을 버리자고 생각했다. 나는, 역할, 캐릭터, 그러니까 극 중 그 사람이 되면 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자신의 영역에서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만남으로, 인해 살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츠마부키는 새로움을 보여줬다. 그는 그런 배우가 되었다. 

서툼, 不器用. 츠마부키 사토시의 인터뷰에 자주 나오는 단어다. 그는 자신을 서툰 사람이라 말한다. 동시에 어느 배우들은 스위치가 들어오면 연기가 잘 된다고 하는데 자신은 스위치 배우가 아니고, 심지어 스위치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에겐 스위치가 없는 대신 '남자로서의 친근감'이 있다. 자라온 환경에 의한 멘탈리티에서 스며  나오는 것이고, 이는 배우로서 꽤나 중요하다. '봄의 눈 春の雪'을 함께 했던 수오 마사유키 감독의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친근감은 그가 연기하는 캐릭터에 리얼리티를 부여한다. 물론 그의 모든 것이 이 친근감, 자라온 환경에서 기인하는 것만은 아니다. 그는 매 작품마다 역할을 산다. 심지어 '분노'에서는 동성애자를 연기하기 위해 극 중 커플로 나오는 아야노 고와 호텔에서 동거 생활을 하기도 했고, 게이들이 자주 찾는 핫텐바 発展場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다. 몸을 만드는 건 물론 태닝 살롱에 다니며 피부를 그을렸고, 디자인 제모로 수염도 다듬었다. '지금까지 작품 중 역할 준비에 돈을 가장 많이 썼어요.'  '분노'에서 나오토는 갑작스레 사라진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 일어나 보니 곁에 있어야 할 나오토는 없고 깨끗하게 정리된 침대의 자리가 쓸쓸하다. 츠마부키 사토시는 이 장면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동거할 곳을 호텔로 정한 걸 잘했다 생각한 건 매일 침대를 깨끗하게 정리해준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오토가 갑작스레 없어졌을 때, 텅 빈, 그럼에도 깨끗히 정리된 침대를 보고 마음이 너무 외로워서 어찌할 수가 없었다.'유마는 어느새 츠마부키 사토시 곁에, 그리고 우리 곁에 다가와 있다. 

어쩌면 츠마부키 사토시는 거짓말을 해왔는지 모른다. 허구와 픽션으로 만들어진, 하지만 현실을 닮은 거짓말. 그는 어느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 배우들은 연기라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하지만 연기하는 순간만은 '생 生'으로 있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니까 평소부터 인물에 가능한 가장 가깝게 다가가고, 거짓을 진실로 바꾸는 작업을 해야한다. 그 작업이 촬영 전에 되어있지 않으면 거짓이 바로 진실로 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는 알고있다. 영화는 픽션이고, 연기는 거짓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넋을 잃고 영화를 보고 말을 잃고 작품에 빠져든다. 그건 아마도 츠마부키 사토시 같은 배우가, 거짓을 진실로 만들어 내는 배우가 현실 이면의 또 하나의 현실을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그와 아야노 고가 함께 가진 인터뷰의 한 대목이 아름다워 남겨본다. '서로의 숨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깨고, '지금 왔어?', '어서 와'와 같은 말을 섞는다. 우리는 성적으로 마이너리티이지만 질투하고, 불안에 떨고 서로 안으며 피부로 틈을 매운다. 그러니까 일상적이다. 거리를 좁힌다는 의식은 하지 않았다. 다만 우리는 서로 마주하고 다가가은 것이 아니라, 옆에 나란히 서서 나아간다는 의식을 가졌다.'(츠마부키 사토시) '무엇이 중요하냐고 하면, 같은 경치를 함께 본다는 전망이다. 마이너리티는 아이를 낳는 것이 불가능하다. 미래에 생명을 이어가지도 못한다. 하지만 둘이서 같은 것을 본다는 행위에 행복을 느끼고 있다. 유마가 보고 있는 것을 함께 보자, 어느새 그런 기분이 되어있었다. 내가 보고 싶은 것은 유마의 옆 얼굴과 그가 보고있는 그 앞의 경치였다.' 이처럼 로맨틱한 거짓말을 본 적이 있던가. 이와 같은 로망을 느껴 본 적이 있던가. 츠마부키 사토시는 진솔한 거짓말쟁이다. 

by ABYSS | 2017/11/15 12:32 | Culture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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