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静かに朝は
by ABYSS
이 영화는 콜보이가 아니다
'콜보이' 한 장이요. 무인발급기가 없었다면 영화를 보기 전부터 꽤나 민망했을 뻔 했다. 쥐도 새도 모르게 영화 '쇼넨(娼年)'이 개봉했다. 몸을 파는 남자 정부(男娼)와 아직 남자가 되지 않은 아이 '소년(少年)'의 조어 '쇼넨'이, 콜보이가 되어 개봉했다. 같은 소리를 내지만 전혀 다른 의미의 娼年과 少年. 말장난 같아도 어딘가 마음을 멍하게 하는 그 제목이 콜보이가 되어 개봉했다. 물론 '콜보이'는 거의 대부분의 신에서 배우들이 옷을 벗고 있다 할 정도로 19금 이상의 19금이고, 일본에선 영화의 8할이 누드 신이란 말이 나올 만큼 개봉 전부터 뜨거웠다. 처음 이 영화를 알았을 때, 제목을 읽을 수 없었다. 일본어의 한자는 읽는 법이 두 가지고, 앞뒤로 오는 글자에 따라 그 소리가 달라지기도 한다. 카피와 페이스트로 어떻게든 알아내기는 했지만, 내게 이 영화는 오래동안 무언가 알 수 없는 쓸쓸함, 짙은 벨벳의 고독이었다. 마츠자카 토오리가 빛이 아닌 어둠 속에, 그저 멍하니 어딘가를 바라보는 포스터는 최소한 콜보이가 아니었다. 한국에선 전국 1관, 서울극장에서 (현재) 하루 1회 상영. '콜보이'를 본 사람은 아직까지 498명이 전부다. 포스터 한 켠의 '僕を、買ってください.'  나는 이 문장을 한국어로 옮기고 싶지 않다. 

전국 1관. 현재 관객수 498명. 그럴 수 밖에 없다. 아오이 유는 자신의 지난 해 영화 '이름 없는 새(彼女が名も知らない鳥たち)'에 대해 공감도 제로의 영화라 말했는데, '콜보이'는 그 이하, 공감의 여지 자체가 없어 보인다. 초반부터 질펀한 섹스로 시작하는 영화에서 주인공 료(마츠자카 토오리)는 여자를 만나고, 섹스를 하고, 여자를 만나고, 섹스를 한다. 무료하고 따분하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 그는 무료하고 따분한 얼굴을 하고있다. 일단 명문대 학생증을 가지고 있지만, 그건 료를 설명하는 무엇도 되지 못하고, 방을 가득 메운 책과 플라톤의 '파이도로스'의 세계가 그를 현실에서 밀어낸다. 무엇보다 그는 학교를 가지 않고, 바에서 셰이커를 흔든다. '섹스는 순서가 정해진 운동'이고, '여자는 재미없고 시시하다'고, 료는 얘기한다. 지금 바로 마시고 싶은 칵테일과 시간을 두고 음미하고 싶은 칵테일. 세상은 어쩌면 이렇게 얘기할 수 있을지 모른다. 화려한 소리를 내다 금새 사그라드는 샴페인의 거품처럼 세상의 온도는 아마 그리 높지 않다. 그리고 료는 어김없이 후자에 자리한다. 긴자, 신주쿠, 오모테산도, 시부야. 료는 섹스를 한다. 도쿄의 곳곳에서, 러브호텔이나 아타미의 고급 료칸에서, 료는 섹스를 한다. 료는 창부가 되었다. 

어느새 일본의 호스트는 가부키쵸를 설명하는 하나의 키워드가 되었다. 여전히 술장사, 여자 놀음이라는 나쁜 이미지로 소비되고 있기는 하지만, 그 곁엔 '넘버 원'이라는 목표를 향해 땀방울을 흘리는 청춘의 서사가 흐른다. 하지만 '쇼넨'의 료에겐 그런 목표도, 땀방울의 청춘도 없다. 무료하게 섹스를 하고, 무료하게 칵테일을 만들고, 무료하게 섹스를 하고, 무료하게 칵테일을 만든다. 그러니까 '쇼넨'은 도시의 그늘, 혹은 어둠일지 모를 료를 양지로 데려올 생각이 조금도 없다. 료의 무료한 시간은 호스트를 위한 서사로도 구원받지 못한다. '쇼넨'에서 중요한 건 여자로 인한 상실이고, 여자로 인한 아픔이며, 여자란 이름의 욕망, 상처에서 시작되는 보이지 않았던 길이다. 사실 '쇼넨'을 요약하면 조금 유치한 플라톤의 '파이도로스' 흉내일지 모른다. 소크라테스와의 산책, 아무것도 아닌 대화에서 에로스를 이야기한 그 책을 얘기하며, '쇼넨'은 에로스를 잃어버린 현실, 그렇게 메마른 섹스를 반복하는 지금을 비웃는다. 하지만 동시에 '쇼넨'은 엄마를 잃어버린 한 소년의 성장기고, 그만큼 뜨거운, 여자의 욕망이 채운 한 남자의 아픔의 관한 기록이다. 수위가 아닌 예상을 이탈하는 섹스. 섹스는 아마도 욕망의 언어다. 

'쇼넨'은 개봉 전부터 시끄러웠던 잡은 그대로이기도 하고, 그 이상이기도 하다. 분명 영화에 등장하는 섹스신은 두 손을 다 동원해야 할 정도이고, 그 수위는 상상과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다. 하지만, 어느 하나 사정과 함께 끝나는 섹스는 없고, 섹스와 섹스 사이, 그리고 또 한 번의 섹스를 쌓아가며 영화는 차갑게 식어버린 삶의 온도를 되돌린다. 메마른 현대 사회에 섹스는 어쩌면 유일하게 솔직하다. 유치하고 진부하지만 그렇다. '쇼넨'은 그런 얘기를 한다. 부끄럽지만 그렇다. 오래 전 엄마를 잃은 남자가 엄마에게 다가가는 서사가 있기는 하지만, 영화를 움직이는 건 섹스고, 또 섹스다. 전위로 시작해 오르가즘으로 끝나는 섹스, 남자의 욕망이 가려버리는 여자의 끝나지 않은 욕망. 그렇게 평범(普通)한 사람과 평범한 세상, 그렇게 마음을 돌린 료. '쇼넨'은  오르가즘 이후의 시간을 얘기한다. 육체가 아닌 오가는 대화의 오르가즘을 보여준다. 러브 호텔이 즐비한 거리 한 켠에 자리한 책으로 가득찬 료의 작은 방이 '쇼넨'의 전위다. 어린 시절 좋아하는 남자 아이 앞에서의 방뇨는 어디에도 없는 엑스터시가 되었고, 아픔이 삶이 되어 아픔이 아니면 오르가즘을 느끼지 못하는 상처는 또 하나의 상처를 기다린다. 그렇게 평범하지 않아 상처에 다름없어진 욕망이 원하는 건 ,금새 사그라들고 마는 샴페인 거품이 아닌, 아직 혀에 남아있는 칵테일의 잔향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칵테일은 더하기의 술이다. 
by ABYSS | 2018/09/11 12:55 | Culture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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