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静かに朝は
by ABYSS
일본이 지금 거짓말을 한다

이런 호텔, 어디에도 없다. 체크인 데스크의 직원은 웃을 줄을 모르고, 외국인 로비 스태프는 영어를 할 줄 모르고, 청소 담당은 화장실 휴지 도둑에, 불 앞에 있어야 할 셰프는 경마 중독자다. 총지배인의 죽음, 돈을 갖고 도망 간 아들 탓에 벌어진 일이기는 하지만 호텔은 그야말로 벼랑 끝에 있다. 현실을 마음껏 이탈하고, 극과 극에서 이야기를 끌어내고, 만화같은 세계를 아무렇지 않게 갖고와 시치미를 뚝 떼고마는 드라마, 일본 드라마가 다시 한 번 뻥을 친다.  '벼랑 끝의 호텔'은 일본 드라마 특유의 장기인 뻥이 일궈낸 세계다. 결코 작지 않은 사건이 매회 일어나지만 매회 거짓말처럼 봉합되고, 드라마는 그저 다시 한 번 시치미를 떼고만다. 드라마를 끌고가는 건 흔들리지 않는 철면피고, 일관된 뻥의 센스와 유쾌함이다. 호텔 이름부터가 '대역전'을 의미하는 포르투칼 어 'Inversao'이니 말 다 했다. 우카이와 사나, 탄자와와 토기사다, 에다가와와 에구치, 오타로와 핫토리, 피에르와 나오미, 그리고 쿄이치와 하루. 왜인지 나는 이들의 이름을 그저 한 번 불러 보고 싶다. 1회부터 10회, 10번의 거짓말에 10번을 속으며, 내게 남은 건 마음 한 구석 숨어있던 내일이었고, 부끄러워 주저했던 다음의 시작이었다. 거짓말이 쌓아올린 탑, 벼랑 끝의 대역전. 뻥도 때로는 도움이 된다. 

스다 마사키는 어느 순간 하나의 영화가 되었다. 때로는 드라마기도 했지만 영화와 드라마의 영화, 그런 얘기를 하는 건 아니다. 그는 어느 순간 단 한 번도 무언가에 얽매인 적이 없다. 장르도, 진부하고 유치한 드라마도 그 앞에선 항상 부딪히곤 한다. 자석의 N극과 N극, S극과 S극, 스다는 어디에도 머물지 않는다. 그의 우울을 우울이라 얘기하는 건 크롸상을 데니쉬라 얘기하는 것과 같고, 그의 자리를 일본 영화 지도에서 찾는다면 아마 축척 1:6000000 정도의 돋보기가 필요할지 모른다. 스다 마사키의 드라마를 본다. 어처구니없고 황당무계한 그의 드라마를 본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키스, 과거를 버린 남자와 과거에 얽매인 여자, 호스트와 재벌의 묘한 조합. 어디에도 리얼리티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토도메의 키스'는 스다 마사키가 그저 자리하는 드라마다. 거칠게 얘기하면 그는 그저 홈리스이고, 출연 분량으로 보면 1:0001 정도에 불과하지만 내게 '도도메의 키스'는 그냥 스다 마사키의 드라마다. 이야기는 한 남자의 거침없는 욕망으로 흘러간다. 호스트 클럽 나르키소스의 넘버원 에이토는 여자와의 만남으로 금고를 채우는 남자다. 물론 에이토는 스다 마사키가 아니다 .어제의 흔적은 사라지고, 술에 젖은 밤 만이 흘러가는 시간. 키스의 시간이 시작된다. 

일본 드라마가 국내에서 화제가 되기 시작할 무렵, 일드를 설명하는 하나의 키워드는 만화였다. 한국 드라마와 다른 템포, 과장된 설정과 표현, 지나치게 순진해서 발생하는 사건과 사고. 만화 원작의 작품이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일드는 단순히 만화같다는 말로 오해되기도 했다. '벼랑 끝의 호텔'은 우치다 히데오 작품이다. '토도메의 키스'는 이즈미 요시히로 작품이다. 둘은 모두 오리지널, 만화 원작이 아니다. 하지만 '벼랑 끝의 호텔'도, '토도메의 키스'도 일본 드라마 전형의 만화적 세계를 그린다. 세상 어디에도 없을 호텔이 벼랑 끝에서 대역전을 일궈내는 스토리는 로또 당첨같은 이야기고 , 한번의 키스로 7일 전의 시간으로 돌아가는 세계는 평행 우주가 아닌 한 존재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나는 '벼랑 끝의 호텔'을 보며, '토도메의 키스'를 보며 어김없이 여기에 흐르는 시간의 눈물과 행복을 느꼈다. 물론 어떤 만화에도 나름의 눈물과 감동은 있다. 하지만 호텔이란 공간에서 사람을 바라보고, 욕망으로 채워진 시간에서 진심을 찾아내는 드라마는 어딘가 일본의 맨얼굴을 떠올리게 한다. 수트를 입지 못하는 호텔 지배원, 미소를 짓지 못하는 프론트 직원, 과거에 얽매여 낮부터 술을 마시는 바텐더와 과거를 버리고, 그렇게 밤 만을 사는 남자. 어디 하나 평범하지 않은, 그렇게 거짓말 같은 인물들이 사는 시간이 왜인지 나는 여기보다 더 진짜처럼 느껴진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말하는 것.' '벼랑 끝의 호텔' 속 호텔 지배원 사나의 이야기다. 그리고 이 문장은 일본 드라마의 거짓말을 풀이하는 문장일지 모른다. 유치해서, 촌스러워서, 부끄럽고 민망해서 드러내지 못하는 이야기를 일본 드라마는 아무렇지 않게 한다. 손님에게 하나의 추억을 만들어주는 것, 호스트가 가르쳐주는 진짜 사랑 같은 거. 누가바도 바보같다. 하지만 일본은 '오모테나시'로 접객이란 하나의 세계를 일궈내는 것처럼, 호스트를 얘기하며 목표를 향해 땀 흘리는 청춘을 말하는 것처럼, 잊고 있던 우리의 진심으로 또 하나의 거짓말을 한다. 상처와 실패에서 이유가 아닌 사람을 바라보고, 어떤 소동 속에서도 정석을 바라보는 것. '벼랑 끝의 호텔'과 '토도메의 키스'는 어마어마한 거짓말 같은 세계이지만, 내게는 그저 또 하나의 일본같은 일본이다. 수 차례나 7일 전으로 점프하며 100억 부자와의 결혼을 꿈꾸는 호스트 에이토와 30일 전으로 돌아갈 수 있음에도 그저 길바닥에서 노래를 하는 홈리스 하루미. 어느 하나 만화같은 얘기지만 나는 이 묘하게 어긋나는 시간이 조금 애절하다. 현실에 대역전은 없을지 모른다. 그건 그저 가뭄에 나는 콩이다. 하지만 그 대역전을 바라보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흐르고, 그건 다만 우리가 잊고 있는 진심일 뿐이다. 나는 일드의 이 거짓말에 속고싶다. 

by ABYSS | 2018/09/16 18:57 | Culture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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