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이 아이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어느 순간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에 구원받았다고 느낄 때가 있대요.' 아오이 유우와 모리카와 아오이가 나누던 대화 속 이 두 문장이 그냥 편안하다. 타키모토 타츠히코의 만화 'NHK에 어서오세요(NHKへようこそ!)의 실사화를 이야기하던 중 모리카와가 던진 어딘가 쓸쓸한 이 말은 아오이 유우가 불현듯 떠올린 또 하나의 말과 닮아있다. 설명할 수 없이, 보이지 않게 닮아있다. NHK는 Nihon Hikikomori Kyoukai, 일본 히키코모리 협회'의 약자이고, 같은 이름을 가진 두 명의 여배우는 학창 시절 이지메를 당한 경험이 있다. 물은 둘은 서로 다른 한자의 아오이를 쓴다. 엄마가 여행을 가신 날, 곰돌이와 침대에 단둘이 누워 한참을 음악만 들었다. 홍상수 감독의 '풀잎들'에 흘러나오던 곡, 슈베츠트의 Impromptus, 즉흥곡이 늦은 아침 작은 내 방을 채웠다. 알 수 없는 편안함, 돌연 가벼워진 방의 공기. 말이 아닌 무드, 혹은 문장이 아닌 기운. 그렇게 보이지 않는 어느 곳의 시간이 흘렀다. 쟁여놓고 보지 못했던 하라 켄야의 인터뷰 영상을 보다 내가 알던 MUJI는 무인양품의 껍데기에 불과했단 사실을 알아차렸다. 공(空)을 백(白)으로 채색하는 무인양품의 'White' 는 꽤나 두렵고 무서운 세계였고, 나는 꽤나 많이 어리석은 이야기를 했지만, 그렇게 드러난 새로움은 내 안의 무언가와 닮아있었다. 미래는 1, 2, 3, 4, 5, 6이 아니라 1과 2, 3과 4 사이라 말하는 대목에서 얼마 전 이런저런 글에 적었던 사카구치 켄타로의 사진집 제목 '25.6’을 떠올렸고, 그 날 밤 짧은 글을 쓰며 '아직 남아있는 것들의 계절'이란 문장을 적었다.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 이제야 드러나느 것. 그렇게 다가오는 것. 아픔도 기쁨도 모두 내 안에 있고, 나는 나에게 기도를 한다. 나라 요시토모가 어느 밤 적은 두 개의 트윗과 '퍼스널 쇼퍼'의 마지막 장면이 내는 왜인지 모놀로그의 대화처럼 느껴진다.
_photo: Ihara Shin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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