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静かに朝は
by ABYSS
체온 36℃의 사회 드라마, 노기 아키코의 부끄럽지 않은 도망

90년대 일본 드라마의 영광이 로망으로만 남은 지금, 희미해진 일드의 자리에서 유독 빛나고 있는 건 노기 아키코란 이름 다섯 자다. 물론 독특한 리듬의 코미디로 이야기를 버무리는 쿠도 칸쿠로, '파트너', '리걸 하이' 등 시리즈물만 두 개 갖고 있는 요시자와 료타, '버저 비트, 벼랑 끝의 히어로'의 야마시타 토모히사, '런치의 여왕'의 츠마부키 사토시, 그리고 '롱 러브레터-표류교실'의 쿠보즈카 요스케 등 당대의 청춘을 부지런히 빚어냈던 오오모리 미카가 펜을 놓은 건 아니지만, 노기 아키코의 드라마는 TV의 안보다는 바깥, 90년대의 로망 보다는 NHK 아침 드라마, 노지마 신지 보다는 사카모토 유지의 드라마 곁에서 안방 스크린을 채운다. 얼핏 서툰 남녀의 사랑으로 보이지만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는 실업률과 동성결혼, 독신 여성의 일과 사랑에 관한 스케치이고, 한 회에 한 건씩 사건을 수사하는 '언내츄럴'은 어김없는 의학 수사물임에도 메스의 칼날처럼 차갑지 않다. 책의 중판이란 하나의 목표를 향한 이야기가 조심스레 넘기는 책의 숨겨있던 페이지(중판을 찍자)와, 닮은 듯 싶지만 서로 다른 두 남녀의 얼룩진 과거가 교차하는 '짐승이 되지 못한 우리'. 어느 하나 한 줄로 정리될 수 없고, 현실만큼 복잡하게 얽히고 섥힌 이야기이지만, 노기의 드라마는 지금 누구보다 일본의 현실을 살고있고, 나는 왜인지 그 이야기에서 사람의 체온을 느낀다.

노기 아키코의 드라마를 보고 있다보면 어느 순간부터 감정의 데자뷔가 찾아온다. 같은 작가의 작품에서 비슷한 느낌이 전해지는 건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노기의 드라마는 가려있던, 보이지 않던, 그렇게 소외됐던 시간을 향해 나아간다. 장르가 추리물이든, 멜로이든, 범죄물이든 그녀의 드라마를 움직이는 건 시대가 모른 척 지나간 구석구석의 아픔이다. 누구나 품고 있는 소외감, 그렇게 상처가 되는 시간을 노기 아키코는 애써 이야기한다. 빌딩 숲 사이를 스쳐가는 계약 사원의 발걸음, 발차 알림 소리가 진동하는 늦은 밤 플랫폼의 가녀린 공포, 힘을 잃은 그림이 품고 있는 노화의 애절함이 노기의 드라마엔 흐른다. 올해 10월 NHK에서 2회 완결로 방영된 작품 '페이크 뉴스'는, 다소 딱딱하고 투박한 제목을 하고 있지만, 노기가 바라보는 건 뉴스의 헤드라인이 아닌 그 투박함에도 닳지 않는 각자의 시간이고, 아직은 서툴고 서툰 지금 여기의 공동체다. 2010년 후지TV 시나리오 공모전 수상작이자 그녀의 데뷔작인 '사요나라 로빈슨 크루소'를 포함 두 세 편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만화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지만, 노기의 드라마는 현실을 살아간다. 오늘이 내일을 밀어내는 시간에서, 빌딩이 골목을 지워내는 도시에서 그녀는 시간을 멈추고, 그림자를 걷어낸다. 그렇게 보이지 않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그건 아마도 가장 사람다운 이야기이고, 드라마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다. 

치명적인 로맨스는 일본 드라마의 장기였다. 기발한 센스의 코미디는 일본 드라마의 무기였다. 하지만 일본 드라마의 황금기가 끝나고, 풀죽었던 안방 극장을 되살리고 있는 건 사회 깊숙한 곳에 숨어있던 이야기들이다 .'이웃집은 파랗게 보인다', '아재의 러브' 등 올해 방영되기 시작한 몇 편의 드라마를 관통하는 건 다양성 이슈였고, 그렇게 바라보기 시작한 다름과 차이는 일본 드라마의 새로운 줄기를 일궈내고 있다. 노기의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나온 가장 세련되고 배려깊으며 현대적인 이야기다. 이제서야 불거진 복잡하고 어려운 사회적 이슈를 노기는 묻혀지고 가려진 것들을 하나를 돌아보며 부드럽게 풀어간다.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의 미쿠리, '언내추럴'의 미스미, '중판을 찍자'의 쿠로사와는 물론 현실 밖, 고작 드라마 속 가공의 인물이지만, 이들의 삶이 보여주는 건 우리가 잊고 있었던 본래의 삶, 본말이 전도되기 이전의 현실이고, 그녀의 가족이 품고있는 복잡하고 애절한 시간은 왜인지 조금 오즈 야스지로를 떠올리게 한다. 사카모토 유지의 삶만큼 아프고 고단하지만, 노기 아키코의 드라마는 그보다 건강하고, 아픔과 슬픔에서 시작하지만 그녀는 용기를 길어낸다. 부끄럽지 않은 도망, 그런 용기. 노기 아키코는 그런 드라마를 만든다.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는 망상이 일궈낸 삶이다. '중판을 찍자' 속 쿠로사와의 삶을 일으킨 건 유도의 세계다. 두 편 다 만화가 원작이고, 그만큼 만화적인 설정과 장면이 많지만 노기 아키코의 드라마는 그렇게 유치하고 말도 안되는 세계로 현실의 얼룩을 지워낸다. 망상, 하나, 하나, 만화 한 컷, 한 컷이 쌓이면서 드라마는 현실을 벗어나는 것 같지만 오히려 숨겨진 현실을 드러내고, 그렇게 현실 곁에 성큼 다가온다. 펼쳐진 책에서 날개를 편 새를 연상하는 장면에서, 그게 별 게 아님에도 감출 수 없는 가슴 속 울림을 노기 아키코는 아무렇지 않게 전한다. 죽음의 80%가 사인을 알지 못하는 '부자연사'란 사실에서 노기 아키코가 끌어낸 건 8할이나 되는 애절한 죽음이고, '중판을 내자'란 제목 안에 숨어있는 건 중판이 되지 못해 종이 조각으로 사라지는 수천 권의 아픔이다. 생생한 캐릭터와 센스있는 대사로 고달픈 현실을 그려내는 노기의 드라마는 팍팍한 현실이 불러낸 애달픈 꿈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녀의 드라마가 남기는 건 어김없는 사람의 시간이고, 지금 다시 빌딩 사이 어둠을 걸어나갈 용기의 한걸음이다. '언내츄럴' 속 미스미의 대사 '기계를 강제로 멈출 순 있지만 사람을 강제하고 싶지는 않아'란 말처럼, 그녀의 드라마에선 사람 냄새가 난다. 
by ABYSS | 2018/11/06 16:31 | Culture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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