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静かに朝は
by ABYSS
타인이라 다행이야

자주 찾던 비하인드가 아닌 조금 더 걸어 무대륙에 가는 날의 템포. 매일 듣던 플레이리스트가 아닌 지나치치 못해 클릭하게 되는 아티스트의 멜로디. 길을 걸으며 마주쳤으면 분명 짜증 섞인 한숨을 쉬었겠지만, 열차 창문 너머 느껴지는 거리 네온사인의 말도 안되는 애잔함. 여느 때처럼 늦잠을 자고, 뒤늦은 아침을 먹고, 농담이 섞인 엄마의 말 한 마디에, 집을 나와 오야코동을 먹었다.아마도 3년 전 한번 방문했던 그 곳은 내가 알던 그 곳이 아니었고, 오야코동은 왜인지 돈부리가 아닌 넓은 대접에 나왔다. 한국인 직원이 '이랏샤이마세'라 인사하고, 흑인 힙합 음악이 흘러나오고, 새빨간 김치와 샛노란 단무지가 아무렇지 않게 나란히 놓여있는 곳. 옆 테이블에선 남자가 영어로 이야기를 하고, 여자가 한국말로 답을 하는, 아이러니하고 한 편의 블랙 코미디같은 그런 곳. 가게의 창엔 10주년 감사 메시지가 적혀있었고, 나는 오래전 기억을 더듬었다. 소위 공백, 블랭크의 2년을 보내며 많이도 넘어졌다. '어차피'란 말에 전환의 단어는 어울리지 않았고, 고인 물은 흔들리기만 할 뿐 절대로 흐르지 않는다. 불행의 기록을 경신하듯, 매일이 지나갔다. 고작 내가 찾은 건 '차라리' 우울에 기대는 밤. 새벽 2시가 넘어 스다 마사키의 라디오 방송을 틀어놓고, 또 다시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쓴다. 밤이 아침을 밀어내고, 10시가 지나 찾아온 아침에, 나는 엄마의 농담을 웃어 넘길 수 없었다.

빵을 배웠던 곳의 선생님은 그야말로 좋은 사람이라 아직도 종종 카톡 메시지가 온다. 가끔씩 안부, 이러저러한 일자리 소개가 대부분이지만, 학원이 있던 그곳에서 나는 학창시절 학원을 다녔다. 골목 하나 사이로 유흥 주점이 즐비하고, 네온사인과 쓰레기로 동네가 폭발 직전인 그 곳을, 나는 학원만 끝나면 다시 오지 않겠다 생각했지만, 그곳에 가는 버스를 왜인지 요즘 종종 탄다. 매일이 반복이고, 변한 게 없다 생각하지만, 우리집 곰돌이는 어제 처음으로 빨강이 아닌 노란색의 옷을 사입었다. 사카모토 유지의 드라마를 보며 눈물을 흘렸던 나는 노기 아키코의 드라마를 보며 푸근함을 느낀다. 믿었던 누군가에게 실망하고, 지나쳤던 누군가에게 기뻐하고, 다시 기뻐했다 실망하고, 하루가 하루를 배반하고, 하루와 하루가 포개지고. 퇴원 후 말도 안되게 새벽 일찍 일어나 사과 반 알을 먹으며 라디오 방송을 들었던 나는 요즘 깼다 자고 깼다 자고 깼다 잔다. 그만큼의 내가 지나갔다. 조금 일찍 일어나 쓰레기를 버리러 나간 길엔 아마 맞은 편에 사는 듯한 초등학생 남자 아이가 인사를 해오고, 점심이 다 되어 나선 길엔 사람 없는 청소 도구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어차피'도, '차라리'도 그저 그렇고 그런 하루와 하루. 우리집 화장실엔 매일 아침 하루살이가 한 마리 어른거리고, 며칠 전 별로라며 지나쳤던 Tendre의 노래를 나는 지금 반복해 듣고있다. 

딱 3주 전, 타마(多摩)에서 열리는 이벤트 뉴스를 보고, 이건 필연 같은 우연이란 생각에 도쿄행을 망설였던 나는, 매일같이 보던 Cinra의 구직 사이트를 흘려보낸다. 알 수 없는 일에 이유를 찾아 헤맸던 날들이 고작 얼마 전인데, 세상이 모두 뚜렷한 이유를 품고 흘러가는 건 아니다. 파엘라스의 신곡은 여전히 설레고, 스다 마사키가 처음으로 마음대로 만들었다는 NHK의 방송은 무엇보다 리얼 타임으로 보고 싶지만, 내가 12월 언저리에 도쿄에 가는 비행기를 탈지는 모르겠다. 거짓말처럼 찾아든 햇살 아래, 누군가가 던져준 돌 한 조각이 나는 왜인지 따뜻하다. 좋아하던 재킷을 잃어버리고, '다른 거 입으면 되잖아'란 말에 아파했지만, 상실이 닫아버린 그 문장에 길을 내어주는 건 잔인하기 그지없는 그 차가운 말이 유일할지 모른다. 타인이라 외롭고, 타인이라 슬프고, 타인이라 다행이다. 도망쳐봤자 내 안의 어느 구석, 울어봤자 제자리 맴도는 눈물, 미워해봤자 전해지지 않는 마음. 세상은 그렇게 혼자로 가득찬 지독한 빛의 네온사인이지만 종종 찾아오곤 하는 그라데이션. 도쿄 공항에서 잃어버려 깃 부분만 남은 라쿤 털을 바라보며, 나는 그걸 어디에 써먹을 수 있을까 궁리한다. 벌써 3년째 궁리한다. 또 한번 우연을 클릭하고, 뒤늦게 필연을 알아차리고, 기적처럼 타인을 만난다. 
by ABYSS | 2018/11/24 18:31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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