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静かに朝は
by ABYSS
오해는 쓸쓸하지만 도움이 된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곳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어제에 남기고 온 얼룩이 묻어있다. 어디에 다니는 것도 아니면서 일주일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집을 나선다. 집에서 자주 찾는 카페까지의 거리는 32.78km. 시간으로 따지면 한 시간 안짝이지만 나는 차가 없고 운전을 할 줄 모른다. 영화를 보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책을 읽거나 잡지를 뒤적이거나 공부를 하거나. 집에서 해도 될 일을 나는 왜인지 버스를 타고, 길을 걷는다. 워낙에 소심한 사람이라, 워낙에 내성적인 사람이라, 워낙에 낯을 가리는 인간이라 하루의 반경은 제자리를 머무는 수준이지만, 나는 그 도돌이표의 어느 구석에서 또 다시 담배에 불을 붙인다. 좀처럼 나아가지 않는 책의 페이지, 어제의 반복인 것 같은 오늘의 옷차림, 왜인지 구멍이 난 니트와 알 수 없이 어긋나버린 손목 시계의 바늘. 닫혀버린 방 안의 꿈틀대는 시간은 오늘도 이불을 걷어내기가 힘들어, 늦은 아침이 다 되서야 거리에서 또 한 대의 버스를 흘려보낸다. 부쩍 추워진 날씨를 피해 두 손을 점퍼 주머니에 쑤셔 넣고, 어제와 어제, 그리고 또 어제의 기억을 만지작거리고, 지나간 시간의 가능성을 상상한다. 내가 아닐 수 없어, 나를 포기하지 못해, 타인이 될 수 없어 꿈틀대는 시간의 내일을 상상한다. 나는 이제야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았다.

왜인지 끌리지 않았던 '보헤이안 랩소디'는 딱 그만큼의 영화였다. 오늘 본 뉴스에서 아야노 고와 마츠다 류헤이는 누마타 신스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景裏'에 처음으로 함께 출연한다. 影裏, 빛이 자리하지 않는 자리. 개봉하는 영화는 모두 다 보려했던 대학 시절의 나는 이제 그저 끌리는 영화에만 극장을 찾는 게으름뱅이가 되었고, 취향이란 이름의 작은 방은 어쩌면 점점 더 섬이 되어버렸는지 모른다. 나와 닮은 무언가를 찾는다는 생각, 꽤나 번뜩이며 찾아왔던 그 우울의 결심이 나는 그냥 편안했다. 마츠자카 토오리는 늦은 밤, 친구가 없다고 말했고, 스다 마사키는 후지파브릭의 노래 '꼭두서니 노을빛(茜色の夕日)'을 울면서 불렀다. 작은 섬에 이따금 다가오는 누군가의 어둠이 나는 부끄럽고 창피하게도 미치도록 기뻤다.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고 온 날, 스다 마사키가 라디오 방송에서 '보헤미안 랩소디'를 얘기했다. 친구인 배우 타이가와 이야기를 나누며 호와킨 피닉스가 누구냐 물었던 만큼, 딱 그만큼의 '보헤미안 랩소디'를 얘기했다. 오만하게도 실망했고, 그만큼 외로웠다. 왼쪽에 앉아 상영 중 핸드폰을 켜던 중년 부부, 프레디와 짐의 키스에서 동시에 터져나온 몇 개의 '어머.' 어김없이 서로 다른 너와 나의 '보헤미안 랩소디,' 멀어져가는 스다의 '보헤미안 랩소디'를 바라보며 그와 나의 '꼭두서니 노을빛'을 떠올린다. 너무나 가깝고, 너무나 먼, 그렇고 그런 타인, 스다 마사키를.

아침과 밤, 밤과 아침. 아침이 예고된 밤과 밤이 예고된 아침. 오래동안 좋아했던 사카모토 유지의 드라마를 내멋대로 이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아침이 오지 않는 밤도, 밤이 오지 않는 아침도 나는 그냥 외롭다. 사는 건 어쩌면 누구도 알지 못하게 복잡하게 얽혀버린 아침과 밤의 교차로고, 다행이도 세상에 홀로 존재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 노기 아키고의 드라마 '짐승이 될 수 없는 우리들'을 보고 몇 번을 울다 웃다 울다 웃었다. 고작 한 편의 드라마, 달랑 한 줄의 대사, 그래봤자 몇 초밖에 되지 않는 시간에서, 나는 아침이 밤이 아니라, 밤이 아침이 아니라 다행이라 생각한다. 노기 아키코는 여러모로 사카모토 유지를 떠올리게 하지만 그녀의 인물은 결코 섬에 갇혀있지 않다. 그만큼 사카모토 유지처럼 힘겹지 않고, 그렇게 사카모토 유지에게서 한 뼘 달아난다. 내가 너가 아니고, 너가 내가 아니기에, 서로 다른 아침과 밤이기에 살아갈 수 있는 시간이 그녀의 드라마엔 있다. 상대를 생각한다 생각했지만 그건 그저 눈치보고 있는 나에 대한 변명, 여름이 질 무렵 상수동에서 마주한 달랑 한 마디의 이야기는 아직도 내게 남아, 솔직하지 못해 흘려버린 시간들이 몹시 괴롭다. 영화는 프레디 머큐리의 아픔을 모범생처럼 정리해버렸지만, 내게 '보헤미안 랩소디'는 솔직할 수 없었던 이의 밤처럼 슬픈 아침의 멜로디다. 마지막 프레디에게 남아있던 아빠의 말. '좋은 생각, 좋은 말, 좋은 행동'. 세상은 이렇게 아이러니하고, 타인이라 다행이다. 그러니 이렇게 말해보는 수밖에. 나의 한 걸음을 믿어보자. 一歩、信じる。

by ABYSS | 2018/11/28 19:23 | Ein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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