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静かに朝は
by ABYSS
우울할 때 나는 춤을 춘다, 해피 댄싱

산드라(이멜다 스턴톤)는 가정을 잃었다. 나는 직장을 잃었다. 산드라는 한적한 마을 저택에서 허르슴한 동네 공영 주택으로 떠나왔고, 나는 신사동의 작은 원룸에서 엄마가 계시는 인천의 아파트로 옮겨왔다. 산드라는 중년을 넘긴 할머니고, 나는 서른 중턱을 넘은 독신 남자다. 비슷해 보이지만 어김없이 다르고, 어디 하나 같은 구석 없지만 닮아 보이는 이 이야기에, 나는 주책맞게도 눈물을 흘렸다. 6,70을 넘은 노인들이 추는 춤에 한없는 눈물을 흘렸다. 늦은 나이에 시작하는 새로운 삶이, 죽음이 아른거리는 내일을 이겨내는 힘겨운 용기가 슬퍼서 흘린 눈물은 아니다. 아픔에, 슬픔에, 외로움에 가려졌던 날들이, 어쩔 수 없이 기대곤 했던 또 하나의 아픔, 또 한 번의 우울이 나는 하염없이 슬펐다. 그렇게 발자국을 잃어버린 시간이 애달프게 아팠다. 어둠이 깊숙이 찾아온 저녁, 달랑 세 명의 관객 만이 찾은 초라한 극장에서 이제야 보이기 시작하는 처연한 불빛을 만났다. 우울한 크리스마스 트리의 장식같은, 발자국을 잃어버린 그림자와 마주했다. 사실 사는 건 그렇게 복잡한 게 아니고, 우울은 어쩌면 의외로 간단하고, 넘어졌으면 그냥 일어나면 되는 일. 오프닝과 함께 떠오른 타이틀, '해피 댄싱'의 원제는 'Take your feet'이었고, 어쩌면 나의 눈물은 예고됐던 것인지 모른다. 

얼마 되지 않는 극장에서, 얼마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상영되고 있지만 '해피 댄싱'은 사실 꽤나 대중적인 영화다. 거칠고 간략하게 이야기하면, 노년에 찾은 삶의 기쁨, 상실의 끝에서 발견한 오래 전 자신, 그렇게 만난 할머니의 춤과 할아버지의 춤. 하지만 삶은 갑작스레 무너지고, 상실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자신을 잃어버린 시간은 미로에 갇혀 헤매기만 한다. 신은 얄궂게도 외로움과 우울의 이유를 누구에게도 알려주지 않았다. 그림같은 마을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축하의 샴페인을 주고받는 날, 산드라의 남편 마이크(존 세션스)는 산드라가 아닌 파멜라(조이스 로렌스)와 숨어서 키스를 하고있고, 산드라는 하필이면 그 둘의 문을 열고만다. 마이크의 30년 경찰 생활이 마무리되는 날, 마이크와 파멜라가 몰래 만난지 5년 즈음이 되는 날, 그렇게 '운수 좋은 날.' 영화는 자신의 삶을 뛰쳐나온,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산드라의 울퉁불퉁한 시간을 묵묵히 따라간다. 그녀에겐 다행히도 자신과 정반대인 언니 비프(세일라 아임리)가 있었고, 역설적이게도 둘은 닮아있었고, 샌드라는 잊고있던 스텝을 조금씩 내딛기 시작한다. Take your feet. 동작이 자꾸 틀리는 건 발을 보지 않았기 때문이고, 우리가 춤을 추는 건 자꾸 넘어지기 때문이다.

하늘을 바라보면 눈물은 흐르지 않는다. 내리는 비는 언젠가 그친다고 하지만 그친 비는 다시 온다. 하지만 눈물이 흐르지 않는다고 슬프지 않은 건 아니고, 비가 내리고 그치는 데 출구는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건 엄연한 우울의 문장, 이유를 모르는데 방법을 찾을 도리가 없다. '해피 댄싱'은 소위 100세 인생에 걸맞는 영화인 듯 보이지만, 영화엔 몇 개의 죽음이 묻어있고, 몇 번의 상실이 흘러가고, 짙고 짙은 외로움과 고독의 이별이 있다. 할머니 할아버지의 춤은 나이를 잊은 노년의 즐거움이라기 보다 이제야 알아차린 삶의 걸음마, 뒤늦게 찾아온 산드라의 연인 찰리(티모시 스폴)는 오늘도 어김없이 어느 집의 고장난 문고리를 수리하고 있다. 춤을 삶 곁에 데려와 다시 무대 위로 올려놓는 영화, '해피 댄싱'은 그저 조금씩 고쳐 나가며 살아가는 삶의 지혜를 품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실패 이후 점프를 이야기하는 용기를 갖고있다. 샌드라의 언니 비프가 '실패 다음엔 뭐가 남았냐며' '믿음의 점프'를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할 때, 그녀는 병상에 누워있었고, 극장 구석에 앉아 눈물을 흘리던 나의 작은 등은 어쩌면 떨렸는지 모른다. 우울에 가려있던 이유를 나는 이제 찾지 않는다. 이러저러한 우울은 그냥 아무렇지 않은 실패인지 모른다. 영화의 마지막, 산드라가 찰리의 배에 안착했을지는 모르지만, 그 순간의 떨림은 내게 오래동안 남아있다. 많이 울어봐서 하는 이야기, 우울은 내게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지만, 나는 산드라의 마음을 알 것 같다. 

by ABYSS | 2018/11/30 15:42 | Culture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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