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静かに朝は
by ABYSS
'마감'을 생각하다

마감의 시간을 10년 넘게 살았다. 한 달에 네 번, 목요일에 끝나는 일주일 단위의 시간을 주간지로 시작해, 20일 중턱에서 한 달이 끝나버리는 월간지의 세계를 세 바뀌 돌았다. 물론 그 사이엔 흔히 '외고'라 불리는 불규칙한 마감이 치고 들어왔고, 회사를 그만두고는 도쿄에 가, 원고를 첨부하고 메일의 송신 버튼을 누르며, 누구도 이름 붙여주지 않은 시간을 마무리했다. 납품 일자에 맞추어 물건을 완성하는 공장처럼, 내 시계의 이름은 어쩌면 '마감 공장'이었는지 모른다. 당연히 이 시간과 이별한 건 공장의 문을 열고 나온 이후, 퇴사를 한 다음 날부터이고, 나는 마감 없는 나날을 2년 넘게 보냈다. 마감과 함께 목표가 사라졌고, 단위의 리듬을 잃은 시계는 소리도 내지 못했다. 미뤄달라는 메일을 보낼 것도 없이,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이야기를 애써 전할 필요도 없이 ,나는 그저 텅 빈 도화지 속 혼자가 되었다. 풀이 죽은 일본 드라마에 부는 새로운 바람같은 노기 아키코의 드라마를 놓치지 않고 본다.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언내츄럴', '짐승이 되지 못하는 우리들,; 제목부터 비상한 그녀의 드라마는 지금 일본 곁에 가장 가까이 자리하는 이야기다. 부자연스러운 죽음을 파헤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언내츄럴'은 노기의 말에 의하면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과 지금 죽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고, '짐승이 되지 못하는 우리들'은 오자키 유타카의 명곡 '내가 나이기 위해서(僕が僕であるために)'의 다른 말이다. TV가 전하는 사람과 사람, TV에 담긴 삶과 죽음, 그리고 그 속에 숨어있는 누군가의 애씀과 마감. 나는 끝나버린 '마감'의 시간을 생각했다.

얼마 전 노기 아키코와 그의 드라마 '언내츄럴'의 주제가를 부른 요네즈 켄시의 인터뷰 대담 방송을 들었다. '언내츄럴'의 주제곡, 요네즈 켄시의 노래 'Lemon'은 지난 해 일본에서 가장 많이 울려퍼졌던 곡이고, 드라마를 보며 나는 절묘한 순간에 터져나오는 애절한 멜로디에 몸을 떨곤 했다. 좀처럼 보지 않던 TV 드라마, 그저 흘려버리곤 하는 J-Pop이라는 대중문화에 마음이 흔들렸다. '대중'이란 이름에 가려진 작은 조각들이 요네즈의 노래엔, 노기의 이야기엔 분명 살아있었다. 자신의 세계에 빠져있다가도 마감이란 말이 떠오르면 가던 길을 멈추고 손을 놓아버린다는 요네즈, 보고있는 시청자가 너무 힘들어하지 않을까 코미디를 넣는 무리수를 감행한다는 노기. 아티스트가 아닌 장인, 서로의 작업 방식을 서슴없이 털어놓던 둘이 입을 모은 건 일본스럽고 일본다운 두 글자였고, 나는 그만큼 외롭지 않은 마감이란 말의 온도를 떠올렸다. 때로는 한계라 생각해 마감을 했고, 때로는 힘이 들어 마감을 했고, 때로는 막차를 놓칠까 손을 놓았지만, 그건 그저 수많은 이별 만을 남기고 온 시간이었는지 모른다. 내가 아닌 누군가를 위해 나를 놓아버리는 시간, 누군가와의 만남을 위해 자리를 남겨두는 시간, 수 백번의 마감을 했지만 단 한 번도 이별을 살지 못했던 나. 마감이 지나가고 찬 바람이 분다. 어쩌면 타협이거나, 어쩌면 게으른 변명이거나, 어쩌면 그냥 잘못 나온 불량품이거나. 하지만 이별은 시작을 예고할 수 있고, 장인은 어쩌면 시작과 마지막이 서로를 바라보는, 작고 동그란 고무줄같은 시간인지 모른다. 지금 당장 마감할 원고는 없지만, 오래 전 약속으로 남아있던 메시지의 다음을 적었다. 좋은 이별이란 다음이 설레는 것, 잘 한 마감이란 내가 아닌 누군가의 숨소리가 들려오는 것. 그렇게 마감은 외톨이의 시간이 아닌, 사람과 사람의 시간이란 것. 10년이 지나고, 이제야 '마감'을 생각한다. 

by ABYSS | 2019/01/12 18:00 | Ein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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