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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를 좋아하게 된 순간, 자살한 거나 마찬가지다'라는 다소 도발적인 외로움의 문장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대부분 미카(이시바시 시즈카)의 나레이션으로 흘러가지만, 영화를 물들이는 건 그녀의 우울만은 아니다. 이시이 유야 감독은 시가 가진 폐소감, 외로움, 회의와 냉소를 도시의 무드 속 너와 나, 나와 너, 타인과 타인의 시간으로 채색한다. 신지와 함께 일하는 이와시타(타나카 테츠시)가 뱉어내는 찌든 삶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나는 미카와 신지의 우울만큼 외로웠다. 영화는 어느 한 장면도 홀로 두지 않는다. 영화 초반 일장기를 펄럭이며, 알 수 없는 뱃고동 소리를 울려대며, 담배불에서 도심의 야경을 뿡어내며 그라데이션의 도시를 그린다. 전기세 3400엔, 핸드폰비 8000엔, 수도세 1800엔...신지의 시간은 그렇게 현실을 살고있고, 다소 생뚱맞게 등장하는 노상 라이브의 '힘내'는 신지와 미카에게도 향해있다. 한 쪽 눈의 시력을 잃어 한 쪽 밖에 볼 수 없는 신지, 그는 그저 불우한 현실의 외톨이이지만, 미카를 만나 한 쪽이는 볼 수 있는 외톨이가 되었다. '도시를 좋아하게 된 순간, 자살한 거나 마찬가지다.' 시와 영화가 모두 운을 떼는 이 문장은 '사랑했었다'와 '아직, 사랑해'란 계단을 만나고, 미카와 신지가 계단을 올랐다 내려왔다, 내려왔다 오르며 희망을 주워담는 장면은 이 영화가 쓰는 도시의 시와 같다. 검정을 잃은 시대에서 희망을 길어낸 건 반쯤 감고 바라본 밤의 하늘, 나는 이 영화가, 이 시가 왜인지 너무나 현실같다.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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