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静かに朝は
by ABYSS
타인을 상실한 거리, Republic of Korea

담배를 핀다. 2009년 겨울 무렵 시작했으니 10년이 넘었다. 말보로 레드를 폈고, 종종 멘솔을 골랐고, 일본에선 아메리칸 스피리트나 세븐스타, 그리고 호프를 피웠다. 중간에 입원을 하면서 한동안 쉰 적은 있지만 담배를 핀다. 담배는 사람마다 제각각이라 손에서 담배를 놓았던 시간, 단 한 순간도 담배를 생각한 적이 없다. 거짓말처럼 그렇다. 중독이 돼 밥값보다 담배에 쓰는 돈이 더 많고, 금연을 하고 싶어도 하지못해 애달픈 사람이 전부인 듯 싶지만, 나같은 사람도 있다. 10년 전엔 거리에서 아무렇지 않게 담배에 불을 붙였다. 마감을 하면서도 담배를 피웠고, 카페에선 어디 테라스 한켠에라도 흡연실이 있어 안심이 됐다. 하지만 지금 이곳엔 담배를 필 곳이 없다. 광화문 일대는 전체가 금연 거리고, 흡연을 할 수 있는 카페를 찾는 건 하늘의 별 따기다. 혹여 피다 걸리기라도 하면 벌금을 낸다. 편의점에서 담배를 사고 나와도 막상 필 곳이 마땅치 않다. 간접 흡연 이전과 이후의 시대. 나는 이 나라가 조금 무섭다. 하지만 그 말도 무색하게 거리 곳곳, 화단 위, 멘홀 구멍 사이에 피다 만 담배 꽁초가 한 가득이다. 오늘도 나는 백 개가 넘는 담배 꽁초를 보았다. 얼마 전 어떤 자리에서 한 일본 남자는 담배 필 곳을 찾지 못해 곤란해하다 '금연' 표지 옆에서 아무렇지 않게 흘러나오는 담배 연기가 재미있다고 말했는데, 나는 그 재미난 풍경이 우스꽝스럽게 무섭다. 거리에 마련된 몇몇 흡연 구역은 그야말로 더러움의 온상이고, 간접 흡연을 말하는 분위기에 흡연의 자리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버젓이 담배를 팔면서 흡연에 벌금을 먹인다. 필 곳이 없어 아무렇게나 피고 버리는 사람들과 간접 흡연을 막기 위해 흡연의 자리를 지워내는 사람들. 누가 더 나쁠까. 어쩌면 이건 애초에 담배의 문제가 아니다 .

간접 흡연. 나는 이 말이 조금 우습다. 간접적으로 타인에게 흡연을 하게 하는 행위. 자신의 한 모금을 위해 타인에게 끼치는 피해. 하지만 거리 곳곳엔 담배 꽁초 못지않게 쓰레기가 굴러다니고, 웬만해선 거리에서 비켜가려 하지않고, 발을 밟고도 바로 사과하지 않고, 지하철에 먼저 타기위해 아무렇지 않게 밀치고, 언제 줄을 섰나 싶게 모르게 우루루 몰려가 버스를 타는 이 나라의 '간접 흡연.' 타인의 담배 연기가 자신의 폐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은 어느새 당당한 '선'의근거가 되었고,  침을 뱉어가며 담배를 피고 ,꽁초는 아무대나 던져 버리는 흡연은 시대 착오적인 몰상식이 되어버렸다. 간접 흡연이란 말에 담긴 타인에 대한 배려가 왜인지 이 거리엔 흘러가지 않는다. 담배에 얽힌 공포에 가까운 팩트들이 비흡연자인 자신을 향할 때야 비로소 이 나라는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렇게나 수많은 타인에의 간접 피해가 만연함에도, 이 거리는 왜인지 둔감하다. 쓰레기를 피해 길을 걷고, 버스를 기다리다 바람에 굴러오는 깡통에 발이 치이고, 계획 없이 올린 건물 탓에 인도 곳곳이 주차장을 위해 굴곡을 그릴 때 어느 누구도 불평 없이 뒤뚱뒤뚱 길을 걷는다. 금연 광풍이 불고 시간이 흘러, 나는 흡연 구역을 찾는 데 조금 도사가 됐다. 대로를 피하고, 정류장을 피하고, 횡단보도를 피하고, 남는 건 종래 흡연 구역이었던 금연 구역. 백화점 옆 뜰, 버젓이 금연 구역 팻말이 붙어있는 곳에서 아무렇지 않게 담배를 피는 사람들을 보며, 나는 꽁초를 휴대용 재덜이에 버리며 이상한 문맹의 나라를 생각했다 .현실을 허울좋은 정치로 가리고, 현실은 정치를 비웃고, 나의 현실은 너의 현실을 모른 척 하고, 의미를 잃은 말들 만이 유령처럼 떠도는 이곳은 어쩌면 글과 말의 마음을 잊었다. 나는 이 나라가 점점 무섭다. 

밤 10시가 넘어 초인종이 울렸다.누군가 싶어 화면을 보니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불현 다가오는 공포. 한참 문밖 소리를 살피다 경비실에 인터폰을 했다. 결론은 늦은 밤 택배 기사가 두고 간 우리집 강아지 곰돌이의 약이 든 박스. 박스에 써진 '강아지 대통령'이란 이름에 나와 엄마, 그리고 누나는 그냥 웃고 넘겼지만, 이 나라엔 언젠가부터 이상한 밤 손님이 벨만 누르고 간다. 한동안 택배 노동자들의 과도한 업무에 관한 기사가 줄을 이었다. 건당 떨어지는 금액은 터무니없고, '총알 배송'이 하나의 모델이 되어버린 탓에 죽을만큼 일하고 죽지 않을만큼 번다는 얘기는 분명 무언가의 대책이 필요한 문제다. 하지만 그들의 애로사항에 나와 엄마, 그리고 누나는 영문모를 밤 손님을 맞이했다. 과도한 물량에 문 앞에 짐을 두고, 벨을 누르고, 다음 집으로 가버리는 패턴. 모 택배 업체의 '총알 배송'이란 말은 어쩌면 이런 오늘을 미리 예언했던 건지 모른다. 두 말 할 것도 없이 '본말전도.' 대부분 문제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고, 해결은 원인을 바로잡는데서 나온다고, 아마도 초등학교에서 배웠다. 하지만 대충의 수습은 언 발에 오줌을 싸고도 할 수 있고, 지금의 이 나라는 그 사슬의 무한반복으로 느껴진다. 갑자기 언젠가부터 버스엔 '정차 후 자리에서 일어나주세요'라 써있지만, 초스피드의 순발력을 가진 이가 아니라면, 이 나라 버스에서 제대로 내릴 수는 없다. 말과 행동이 정확히 어긋나는 100% 모순의 이 문장은 그 뒤 이어지는 '사고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부연으로 이상하게 완전해진다. 어깅없는 책임 회피의 변명의 문장. 이 종이의 의미를 나는 최근이 되어서 알아차렸다 .버스의 의미, 택배의 의미, 금연 구역과 흠연 구역이 공존했던 시절의 의미. 이 거리는 무엇을 잃고 무엇을 원하고 있는걸까. 승차 거부와 차내 흡연, 잦은 반말에 치를 떨다 택시를 끊은지 3년째가 되는 나는 택시 기사들의 분신 자살 뉴스를 보고 진심으로 슬퍼할 수 없는 내가 점점 무서워진다. 나는 이 나라를 사랑할 수 있을까 .  


by ABYSS | 2019/03/09 18:19 | Publicité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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