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静かに朝は
by ABYSS
얄궂은 스포츠, 어디에도 없는 세계


스포츠는 때때로 얄궂다. 2010년 벤쿠버 올림픽 쇼트 프로그램에서 아사도 마오의 클린에 가까운 연기에 이어 등장한 김연아, 바로 다음 날 프리 프로그램에서 김연아의 완벽에 가까운 연기 이후 함성에 젖은 빙판에 선 아사다 마오. 10년 가까운 라이벌이란 이름의 관계는 가장 중요한 때, 절체절명의 시기에 얄궂은 심술을 부린다. 결과는 알려진대로 김연아가 조금 더 높은 단상에 올라 애국가을 울리며 막을 내렸다. 그리고 며칠 전. 네이선 첸은 세계선수권 프리 프로그램에서 마지막 그룹 뒤에서 세 번째로 등장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앞에서 세 번째, 뒤에서 세 번째가 아닌 하뉴 유즈루 바로 다음이란 타이밍. 경기는 일본 사이타마였고, 부상 후 그랑프리 파이널을 쉬고 복귀한 하뉴는 네 개의 4회점 점프, 4회전에 트리플 악셀을 연결하는 콤비네이션 점프도 무리없이 뛰었다. 장내를 들끓는 함성과 하뉴가 좋아한다는 곰돌이 푸 인형 세례. 김연아의 피겨 이후 처음으로 손에 땀을 쥐며 연기를 보았다. 신동에서 시작해 좀처럼 무너지지 않는 피겨 천재 하뉴 유즈루는 언제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였지만, 나는 그저 담백하고 군더더기 없이 자신의 스케이팅을 만들어가는 네이선 첸이 조금 더 멋졌다. 흐트러짐이 없는 스케이팅, 넘어지더라도 탄탄한 리듬을 유지하는 우직함, 4분 조금 넘는 시간 가득 자신을 쏟아내고, 끝내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버리는 강인함. 부상 후 '자신을 위한 스케이트'로 'origin'을 고르고, 금메달 이후의 시간을 여전히 빙판에 수놓는 하뉴 유즈루의 연기는 분명 감동스런 시간이었지만, 나는 점프와 연기는 물론 음악, 그리고 경기장의 공기마저 자신의 세계 안에 품어내는 네이선 첸의 'Land of All'만큼 탄탄하고 아름다운 연기를 본 적이 없다. 빙판에 홀로 서는 순간 이미 하나의 세계는 시작되지만, 그 혼자의 고독한 세계를 완성하는 스케이터는, 사실 그리 많지 않다.
by ABYSS | 2019/03/26 16:43 | Culture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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