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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탄을 몇 바퀴 돌고 무심코 훑던 행거에서 저 옷을 만났다. 그리고 있던 그림이 네모라면 はるかに 동그랬던 썬씨의 5만엔 짜리 재킷은 그만큼 어쩔 수 없는 차선이었지만, 요즘 난 저 옷을 열에 여덟 들고 나선다. 귀를 뚫은 지난 봄 이후 도쿄에 갈 때면 매번 발품을 팔며 찾고 찾던 피어스를 일년 만에 구했고, 어이없이 그건 아마존에 멘즈, 피어스, 바 세 단어만 입력하면 두 번째 페이지에 있었다. 틈틈히 봤던 영화를 다시 본다. 놓친 영화를 찾아본다. '오버 더 펜스'에서 아오이 유우가 '오늘은 나쁘지 않다 생각했는데'라 울부짖는 장면이 내것처럼 애처로웠다. 영화를 본다는 건 수도 없이 많은 경우의 수로 완성되겠지만, 때로는 두고 온 나를 바라보며 알게되는 영화도 있다. 많이 외로웠던 날, 많이 무서웠던 날, 그래서 뭐라도 얘기하고 싶어지는 날. はるかに 먼 곳에서 나와 이야기하고 싶다. over the fence. ‘오늘까지, 그리고 내일부터’ 소박하다 못해 볼품없고, 진부하다 못해 당연한 이 말이 나는 왜인지 이렇게나 힘들다. 혼자가 된 지 3년이나 넘었는데 또 다른 길목에서 휘청대는 걸 보니 세월이란, 시간이란. 오늘의 우울은 어제의 다짐을 배반해도 나는 결코 나를 떠날 수 없어 어김없이 지나간 다짐을 꺼내본다. 집에서 출발해 신촌을 지나 한남동을 돌아 신사동 작은 카페에 앉아 잠시 자리를 뜬 누군가의 빈 의자를 멍하니 바라봤다. 어디인줄 모르고 걷고, 어디로 향하는줄 모르고 멈추고,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지 알 수 없어 눈을 감는다. 다소 버거워도, 다소 눈물이 나도, 다소 주눅이 들어도. 스다 마사키의 영상 중 이게 왜 이렇게 좋은지 모르겠다. 개그맨과의 결혼으로 화제가 된 아오이 유는 이유를 묻는 기자들에 ‘무엇보다 일에 열중하는 (야마사토 료타의) 모습에 내가 틀리지 않았음을 느낀다’고 말했는데, 어쩌면 나는 그런 ‘나’를 잃었는지 모른다. 카페로 향하는 골목엔 왜인지 둥그런 반사경이 두 개나 있었다. 34℃ 여름. ...2℃ 더 뜨거워진 오후를 걸었다. https://www.instagram.com/hyokki_j/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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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그 꿈이 그림처럼 느껴지..
by ABYSS at 01/11 전 잠이 들기 전, 아직 의식.. by rumic71 at 01/10 사실 되게 고혹한 시간일 수.. by ABYSS at 12/25 최근 등록된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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