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가 다시 도쿄로 태어나는 날들의 기록 (II), 범짐의 도쿄



지난 겨울 왜인지 찾아가 오래 동네엔 내가 살던 집이 사라졌다. 미타카다이(三鷹台) 허름한 역사를 나와 한참을 걸어 도착하는 2층짜리 건물 101. 바람이 불면 창틀이 시끄럽고, 저녁 다섯 시면 인근의 초등학교에서 차임벨이 들려오던 10 나의 . 그곳은 지금 못생긴 복합 주택이 되었다. 지금 도쿄 곳곳에 벌어지는 변화는 어김없이 사라짐의 풍경을 동반한다.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는 복잡하고 걷기 힘들기로 유명하지만, 그곳 츠타야의 6층은 내게 하나의 도쿄였다. 엘레베이터 문이 열리면 보이는 잡지를 보고있는 사람들. 이름은 커녕 누구인지도 모를 그들이 주는 도심의 정경은 이상하리만치 나를 누군가의 곁에 자리하게 했다. 그저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 있을 뿐인데, 의미 없는 순간들이 도쿄를 채워간다. 하지만 곳의 풍경은 이미 4 전에 사라졌다. 츠타야 6층은 잡지 코너와카페 컴퍼니 운영하는와이어드 카페(Wired Cafe)’ 나란히 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앤티크한 내장과 샹제리에, 그리고 다수의 외서로 장식된 카페 ‘Wired 1999’ 잡지를 중심으로 츠타야 서점이 달랑 계단 하나만으로 이어져있다. 곳은 ‘Shelf67’이란 이름으로 새단장을 했다. 소위 심리스(Seam-less)로의 변화이지만, 나는 왜인지 지독한 소외를 느낀다. 시부야는 지금 가장 격변하는 거리이고, 오래 전부터 좋아했던 책방시부야 퍼블리싱 스토어 있는 거리는깊숙한 시부야 의미의오쿠 시부(奥渋谷)’ 불리기 시작했다. 예견된 변화, 없는 변화. 도시에서 기대와 실망은 그저 스쳐 지나간다


책방이 카페와 만나고, 호텔이 책방을 품고, 영화관이 갤러리가 되고, 차실(茶室) 캡슐 호텔로 변하고. 피상적으로 보면 지금 도쿄는 대대적인 콜라보레이션의 현장이다. 무엇과 무엇의 융합인지가 애매모호할 정도로 가늠할 없는 변화가 지금 도쿄를 다시 쓰고있다. 하지만 명확한 신주쿠 ‘Book and Bed’에서 4월의 마지막 밤을 보내며 나는 호텔에 투숙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감각을 느꼈다. 다양한 장르의 결합이 보여주는 새로운 내일인 같지만, 지금 도쿄를 물들이는 여전히 책방이고 싶고, 여전히 영화관이고 싶고, 여전히 카페이고 싶은 공간의 조금 다른 오늘이다. 근래 유행처럼 떠오른 이야기같아도, 맥주를 마실 있는 책방 시모키타자와(下北) ‘B&B’ 오픈한 2012 겨울이고, 이곳이 전해주는 무엇보다 책과의 농밀한 시간이다. 지난 12 문을 영화관 ‘Uplink 키치죠지 갤러리는 물론, 셀렉숍, 술을 제공하는 바가지 갖추고 있지만 100 이상의 영화 전단지가 10m 달하는 벽을 가득 채우고있다. 2018 오이마치(大井町) 문을 네슬레의 수면 카페네스카페 수면카페역시 카페와 호텔의 융합이라기보다 커피와 수면의 불편한 동거를 풀어내기 위한 공간이다. 진보쵸(神保町)망가 아트 호텔 만화의 히키코모리적인 부정적 이미지를 오히려 전면에 드러낸 만화 스페이스다. 서로 다른 공간의 덧셈이 아닌, 시대의 변화에 맞춰 확장하고 번져나가는 그라데이션. 스치고 만나면서 퍼져나가는 범짐의 도쿄. 풍경 속에 지금의 변화가 태어난다.


도시가 개인에게 다가오는 사실 사소하고 소소한, 도움이 되지 않을 순간들의 쌓임 덕분이기도 하다. 약자로 SPBS 불리는시부야 퍼블리싱 스토어 알게된 도쿄에 건나가 외지인으로서의 삶을 시작한 10 겨울이었고, 시부야 인근의 정보를 담아 소식지를 발행하는 그곳을 언젠가 삶에 품고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시부야 인근과는 180 이상으로 한적한 그곳엔 늦은 시간까지 불을 밝히는 서점이 있다. 오래된 벽돌 담장과 너른 , 서점은 물론 안의 편집부까지 훤히 들여 보이는 구조를 가진 SPBS 지금 생각하면 꽤나 앞서나간 책방이다. 비지니스 계간지프레지던트 편집자를 비롯 다수의 잡지, 그리고 서적의 편집 일을 해온 후쿠이 세이타 대표가 2008 시부야 골목길 카미야마(神山) 출판과 서점을 연계한 책방을 오픈한 것이 시작이다. 지난 10주년을 맞았고, 슈슈(Chou Chou) 이름의 자사 셀렉트 브랜드로 이외의 아이템도 취급하고 있다. 다이칸야마 츠타야 T-Site보다 10 정도 앞선 시도. 하지만 여기에 시장을 내다보는 선구안 같은 없고, ‘매일을 특별하게 한다 모토와 책과 마을, 그리고 사람들을 잇는 아날로그적 시간이 차곡히 쌓여있다. ‘’프레지던트 30 부씩 팔린다고 해도 실감이 없었어요 그런데 내가 만든 책을 누군가 서점에서 손에 들고 계산하는 모습을 순간, 이게 배는 리얼이란 생각이 들었죠.’ 어느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마음과 마음의 커뮤니케이션. 도시는 가끔 데자뷔를 느끼게 하고, 나는 거기서 펼쳐지는 내일을 생각한다. SPBS 지난 겨울 오픈한 ‘Book and Bed’ 신주쿠의 셀렉션도 담당하고 있다.


최근 도쿄에는오쿠()’ 말이 자주 들려온다. 그냥 시부야가 아닌오쿠 시부야’, 그냥 다이칸야마가 아닌오쿠 다이칸야마.’ 유치한 여행객의 시선으론 단순히나만 아는 도쿄 알아가기 위한 여정처럼 들리지만, 그대로 도쿄의 깊숙한 , ‘오쿠 이야기하는 지금의 도쿄는, 체인점이 몰리기 쉬운 주변, 너머의 도쿄를 생각하게 한다. 1500엔이나 주고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로 화제가 책방분끼츠 그만큼의 가치를 제공하는 책과의 시간으로 디자인되었고, ‘망가 아트 호텔 만화방과 호텔의 결합이 아닌 만화 세계를 끝까지 탐닉하기 위해 만들어진히키코모리 100%’ 공간이다. ‘망가 아트 호텔 보통욕조에 몸을 담그다 말할 쓰는츠카루(浸かる)’ 호텔을 설명하고 있다. 연일 새로움을 향해 달려나가는 싶지만 도쿄의 공간은 때때로 원점을 바라본다. ‘분끼츠간판에 쓰여진 한자로 (), 달랑 글자 뿐이고, 시모키타자와의 책방 B&B 맥주를 파는 책방의 운영을 위한 비지니스적 대안이다. 2012 B&B 오픈한 우치누마 신타로 대표는 책방은곱하기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자신의 저서책의 역습(本の逆襲)’ 쓰기도 했다. 곱하기 맥주 곱하기 잡화 곱하기 이벤트. 이곳에 진열된 잡화와 가구는 모두 구매가 가능하다. 결코 적지 않은 양의 잡화를 진열하면서도 SPBS 조금의 여지도 없이 책방으로 보이는 공간을 아우르는 책의 다양한 갈래 덕택이고, ‘분끼츠에서의 1500엔이 아깝지 않은 나도 몰랐던 책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 공간 구석구석 숨어있기 때문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보이는 백권의 잡지들, 잡지가 놓은 선반을 열었을 보이는 관련 서적들. 도쿄의 내일은 이렇게 시작하기도 한다


続く...


by ABYSS | 2019/07/10 14:07 | Travelog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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