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静かに朝は
by ABYSS
사요나라, 愛

세상은 기묘하다. 모든 우연이 의미를 갖고 다가오는 것처럼 가끔 기묘하다. 곰돌이가 미용을 하러 갔다 17년 인생 중 가장 짧은 길이로, 거의 싹 다 밀고 돌아왔을 때 불안하게 떠돌던 무언의 감정, 두 번째 입원을 시킨다는 누나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던 저녁 이상하게 고함을 질렀던 내 안의 괴물같은 감정, 하는 수 없이 세 번째 입원을 보내고 자꾸만 가슴이 요동치던 카페 구석 자리에서의 초라하고 외로웠던 감정. 지난 해부터 곰돌의 미용 비용은 5천원씩 올랐고, 몇달 전 한 애견숍은 미용을 거부했고, 곰돌이는 몇 주 전부터 괴로워 여태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얼굴을 하고, 소리를 냈다. 어쩌면 정해진 '마지막'을 향해 시간은 부지런히, 동요없이, 차근차근 움직이고 있었는지 모른다. 곰돌과 나 사이에 그런 우연이 자꾸만 치고 들어와 눈물이 났다. 곰돌이를 멀리멀리 떠나보냈다. 병문안이라 생각하고 찾았던 병원에서 어둠이 밀려오기까지, 아무것도 없었다. 곰돌이를 바라보고, 쓰다듬고, 이마에 뽀뽀를 하고, 발을 어루만지고, 뒤늦게 볼썽 사나운,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 따위의 말을 울먹이며 내뱉고. 이곳에서의 시간이 끝난 후에도 곰돌의 몸은 따뜻했다. 코를 골며 일어날 것만 같았다. 화장을 해주는 사람은 보통 다섯 시간이 걸린다고 했지만, 이미 어디에도 없는 시간이다. 나는 이게 슬픔인지 무언지 잘 모르겠다. 김포에서 집까지, 50km가 넘는 길을 돌아오며, 하늘의 달은 이상하게 붉었다. 라디오에선 유독 슬픈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며칠 전 나는 '13년의 공백'을 보았는데, 세상은 이럴 때 참 얄궂다. 지난 도쿄에서 사온 비비드한 노라색의 탱크탑은 가장 슬픈 곰돌의 옷이 되었다. 곰돌은 그 옷을 설마설마, 달랑 한 번만 입고 떠났다. 곰돌은 사람이 아니니까, 이게 전부가 아니길 기도했다. 밖에 나갔다 돌아오며, 화장실에 들어가며, 하루 곳곳 텅 비어버린 곰돌과의 시간을 그저 바라보며, 이곳에 남아있는 유일한 곰돌이를 생각한다. 보이지 않지만 함께했던 곰돌의 자리. 이럴 때 우연은 어디가고 없는지. 이별을 바라보는 우연은 정말, 참 슬프다. 

by ABYSS | 2019/07/19 18:39 | Ein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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