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静かに朝は
by ABYSS
숫자는 때로 숫자가 아니기도 한다
#01 2005년 샤미네 1호점이 오픈하며 이제는 의미를 잃은 문장이 되었지만, '스타바는 없지만, 스나바(砂場)는 있다'는 돗토리 현지사의 농담 섞인 자신감. 독도 문제가 불거질 때나 얘기되는 시마네는 벌써 9년 전 카페를 키워드로 소개 책자를 만들고 싶다는 제안을 했었고, 여행에 우연 아닌 우연은 없다고, 그 오래 전 나는 그 곳에서 인생 가장 맛있는 카푸치노를 만났다. 눈이 쌓여 설산이 되어있던 동아시아 유일한 사구, 돗토리 사구의 묘한 우연이란. 우리보다 시작은 늦어 이제서야 난리인 타피오카는 요 근래 대만 주요 타피오카 브랜드가 총출동 하듯 도쿄에 줄줄이 문을 열고, 4년 연속 피부 좋은 지역으로 꼽혔다는 시마네에선 타피오카의 탄력감을 빌려와 피부 미용에 좋은 타피오카 시리즈를 출시했다. 이름하여 タピハダ, 타피하다(肌). 피부가 좋은 현을 조사하는 대회가 있다는 것도 우습지만, 대회 이름 또한 기가막혀 '美肌県그랑프리.' 이럴 때 보면 일본은 참 가끔 바보같고, 유치하고, 엉뚱하고, 어이없고. 그럼에도 대회는 70년 전통 화장품 폴라의 고객의 피부 데이터를 바탕으로 진행된다. 심지어 현이 나서서 제작한 '세상에서 타피오카가 사라진 날'이란 무비라니. 우스꽝스럽게도, 타피오카에서 내일을 꿈꾸는 날이 거기에 있다. 참 바보같이도, 꽤나 진심이다. 

#02 프로젝션이 아닌 후로(風呂)젝션. 플로어가 아닌 후로(風呂)와. 영화보다 영화같고, 오늘 날씨 뺨치는 날을 보낸 저녁, 조금이라도 하려 움직여봐도 진도는 나가지 않고, 그래도 그곳엔 내가 좋아하는 시간이 있다. 80년이 다 된 센토, 동네 목욕탕을, 시대가 흘러 집에 욕조 하나 없는 사람 없는 시절에, 남기고픈 마음 하나로 부단히 내일을 만들어가고 있는 '히노데유(日の出湯)'의 타무라 유이치. 그곳에선 Ozone의 아메이야 아이와의 합작으로 '댄스 風呂屋(후로야)' 이벤트를 가졌고, 사람들의 대화, 별 거 아닌 일상의 커뮤니티를 일구기 위해 배우 이세야 유스케와 함께 '맨몸의 학교(裸の学校)'를 차리기도 했다. 목욕탕 구조상 에코가 심한 곳에 클럽은 와이어리스 헤드폰을 쓰고 각자의, 그리고 모두의 음악을 즐기는 밤에, 일명 사인런트 페스(Silent Fes)가 되었다. 탕에 앉아 '고독한 미식가'의 쿠스미 마사유키의 이야기를 듣고, 남탕/여탕 오고가며 서로 다른 DJ의 리듬에 몸을 움직이고, 한껏 땀을 흘리고 난 뒤엔 100년 세월이 깃든 히노키 욕조에 몸을 담군다. 쿠스미 마사유키 이야기를 보고, 오래 전 종로 뒷골목에서 함께했던 술자리가 떠올랐다.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사람이지만, 때로는 공간이 만들어주는 사람도 있다. 아메미야 씨가 '클럽은 플로어를 달구고, 센토는 물을 달군다'고 했듯이,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데 필요한 건, 너와 나의 최소한의 온도가 필요하다. 특히나 오늘같이 날씨가 한바탕 난리법석을 떠는 날에는.


#03 카달로그가 아니라 매거진. 얼마 전 유니클로가 '뽀빠이'의 전 편집장 키노시타 타카히로를 편집장으로 'Lifewear'를 펴내더니, 11월 25일 '딘 앤 델루카'의 매거진 'Dean & Deluca MAGAZINE'이 창간한다. 편집장을 맡은 건 '삶의 수첩(暮らしの手帖)'를 8년 동안 만들어온 마츠우라 야타로. '뽀빠이' 마지막 페이지의 '요리와 책의 이야기'를 썼고, 국내에도 몇몇 저서가 출판된, 삶의 기본, 생활의 구석구석을 이야기하던 가장 작고 긴밀한 서사의 주인공. 책은 매호 형태를 바꿀 예정이고, WWD는 '잡지가 될 수도, 서적이 될 수도 있고, 잡지도, 서적도 아닐 수도 있다'고 적었다. 마츠우라는 "20년 전 겨울 뉴욕에서 만났던 딘 앤 델루카와의 연이 편집장이란 자리로 이어졌다'고 이야기했는데, 삶은 어느 순간 어제와 만나 이야기를 만든다. 잡지도, 책도 아닌, 유일하게 그곳에만 존재하는. 딘 앤 델루카 매장, 공식 사이트, 그리고 몇몇 츠타야에서 판매가 된다고 하는데, 츠타야를 마주할 때마다 한자로 쓴 그 글자의 어딘가 고즈넉한, 삶을 품어내는 향취와 온도의 시간을 떠올린다. 츠타야가 아닌 蔦屋에서의 暮らし。Lifewear는 무가지, Dean & Deluca MAGAZINE은 800엔. 숫자는 숫자가 아니기도 하다.

더불어 놀러오세요.
by ABYSS | 2019/11/16 14:52 | Ein | 트랙백
트랙백 주소 : http://monoresque.egloos.com/tb/3591174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


카테고리
최근 등록된 덧글
아, 그렇게 보이는군요. 이..
by ABYSS at 11/22
너무 단락이 붙어있으니 읽기..
by 까진 돌고래 at 11/14
아 일본분이시군요?
by 까진 돌고래 at 11/14
최근 등록된 트랙백
プラダ リュック
by メンズ ルブタン 3n%0 9c%h ..
toms skor rea
by コーチ 新作
http://helenmccrory.org/
by
포토로그
이전블로그
이글루링크
rss

skin by 이글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