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静かに朝は
by ABYSS
타인의 時差
紅白! 잠을 자려 누웠다 눈이 번쩍 뜨이곤 한다. 매주 새벽 1시에 시작하는 스다 마사키의 라디오는 어디 하나 심야 방송같은 구석이 없고, 몇 번을 뒤척이다 보면 2시간짜리 방송이 끝나있다. 그렇게, 3시, 4시. 쿠엔틴 타란티노 신작에 니콜라스 케이지가 니콜라스 케이지 역할로 나온다는 뉴스를 얘기하면서, 내가 듣기에도 요상하기 그지없는 그 이야기를 하면서 뒤집어지게 웃어대는 스다의 라디오를 듣다보면 이미 잠자는 스위치는 OFF 상태가 되버린다. 살았던 시간이 시간인지라 뉴스를 체크한다는 의식 없이 세상의 재미난 소식들에 기웃대지만, 스다 마사키는 오프닝에 이야기할 ネタ를 본인의 취향대로, 눈치보지 않고 가져와 밤 무서운 줄 모르고 떠들어댄다. '터미네이터'의 신작이 사라 코너가 유일하게 인정한 속편이란 사실을 스다의 목소리로 알았고, 키아누 리브스는 애니메이션 '스펀지 밥'의 실사판에 유일한 사람으로 출연한다는 이야기에 차라리 아침이 오는 걸 기다리는 게 낫다 생각해버린다. 要는 스다 마사키가 NHK 홍백가합전에 출연한다는 것. 새벽을 잊은 그 시간에 새삼 내가 아니라 반가운 일들이 들려온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시차가 느껴지는 게 조금 반가운 계절이다. 오늘도 늦게 일어난 ただの言い訳일 뿐이지만.

도쿄에 새로운 역이 생긴다는 뉴스를 보고 오래 전 야마테센에서의 밤이 떠올랐다. 아마도 이즈음, 코트 깃을 세워도 볼이 차갑던 도쿄에서 JR 야마테선 내부순환선을 타고 하염없이 배회했다. 약속은 시나가와 역 모 호텔이었지만, 도착해도 발걸음은 움직이지 않고, 열린 문 사이로 차가운 바람이 기억난다. 2020년 오픈 예정으로 시나가와와 타마치 사이 야마테센의 70여 년만의 새로운 역. 고작 역 하나에 일본은 들썩이고, 나는 다른 이유로 그곳이 조금 그리워진다. 용기보다 두려움이 조금 더 컸던 겨울. 역은 쿠마 켄고가 와시와 재생의 의미를 담아 순백의 하늘을 바라보는 듯한 건물로 완성을 거의 마쳤고, 에도시대의 현관이었다고 하지만, 내겐 점점 더 차가운 시나가와 인근의 동네 역인 것만 같다. 다이칸야마보다, 에비스보다 신쥬쿠, 시부야가 좋다고 종종 이야기하곤 하는데, 도시의 북적임, 나와 상관없는 수선함이  유독 생각나는 계절이다. 기억이 남아있고, 변화에 실망하고, 다시 찾아가는 계절의 동네, 그런 도시. 신쥬쿠, 시부야가 좋다는 건 어쩌면 프랜차이즈의 도시가 좋다는 이야기인지 모르겠고, 비오던 날 이름 아침 코엔도리의 맥도날드, 기적처럼 여유가 생겼던 지난 저녁, 사쿠라가오카쵸 언덕 길목의 엑셀시오르 카페는 변하지 않는 계절처럼 남아있다. 사실 엑셀시오르는 도토루와 같은 회사에, 매장은 도쿄만해도 백 여개 곳에 이르지만, 겨우 하나 남은 테이블 석에 앉아, 힘들게 구한 티켓을 꺼내고, 선물받은 노트를 정리하고, 이제야 유행이라는 타피오카 밀키티에 스트로를 꽂던 저녁은 아직 그곳에 있다. 100년에 한 번이라는 지금 도쿄의 재개발은 셀 수 없이 많은 쇼핑몰을 쏟아내고, 15년이 다 되어가는 오모테산도 GYRE 지하의 Hay Tokyo가 더 나의 자리같은 느낌이랄까. 그치지 않는 비, 10연휴를 맞아 넘쳐나던 인파, 겨우 건물에 들어가 내려가니 숍 한 켠에 마련되어 있던 카페 아닌 카페. 내가 아는 수선함을 생각하는 계절이 왔다.

by ABYSS | 2019/11/20 20:51 | Ein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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