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静かに朝は
by ABYSS
퍼블릭한 계절의 언덕에서

#01 어쩌면 어제의 슬픔이 남아있었던 아침이었다. 아침을 대충 떼우고, 밖을 나오고,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도 마음이 일어나지 못했던 날. 하필이면 꽤나 먼 곳에서 취재가 있었고, 처음 가는 거리의 체인 커피숍에서 별 도움이 되지 않을 점심을 먹었다. 와플 하나와 따뜻한 카푸치노. 지난 가을 도쿄에선 생크림을 돈을 받고 판매했지만, 이벤트 중이라 별도의 값을 치루지 않았고, 청담동 할리스에선 그냥 생크림이 포함되어 있다. 고작 30분 남짓을 보내고, 올해 들어 가장 춥다는 거리를 걸어, 다행히 담배 한 대 필 시간이 남아 있었다. 갤러리 '디스위켄드룸'는, 풀어보면 영어로 세 단어이지만, 한글로 쓴 한 덩어리의 말엔 체온이 느껴졌다. 계단을 오르고, 신발을 벗고, 상대적 체감 온도였겠지만, 유난히 따뜻했던 곳에서 슬픔을 보았다. 김희욱이라는, 처음 알게 된 작가의 '슬픔 채널'이란 전시. 신쥬쿠 3쵸메의 'KEN NAKAHASHI'는 계단이 가팔아, 그 수도 많아 아직도 몇 층인지  모르겠지만, 이야기를 나누며 그곳을 생각했다. 슬픔은 아마도 내게 가장 익숙할지 몰라도, 아직도 나는 그것을 모르고, 타인이 지나간 자리에서 뒤늦게 주섬주섬 그 자리를 바라본다. 그러니까, 예전 사카모토 유지 드라마에서 '결국은 함께 사는 것'이라 말했던 대사가, 나는 아직도 힘이 든다.  꾸역꾸역, 가끔은 내가 아닌 척, 없는 용기를 실천해 보지만, 보이지 않는 외상에 아침이 늦어지고, 벌써 겨울이 되어버렸다. 새벽이 보고싶다.

#02 거리에 그린 피카소러첨 비비드한 컬러의 기형적 인물을 그리는 코류는 지난 여름 나와 메일을 주고받으며 '공감이란 건 작품을 소유하는 것에 한하지 않고 작품을 어떻게 자리하게 하는지가 중요하다'는 말을 했다. 어제 아침 나는 아마도 근래 가장 일찍 집을 나와 합정동 거리를 배회했고, 조금 늦게 도착한 클럽의 주인은 10여 국의 잡지가 가득한 곳곳의 이야기를 서슴없이 늘어놓았다. 촬영을 마치고, 인터뷰는 하고 싶지 않다던 그의 말들을 기억하느라 머리를 되감으며 걷고, 또 걷다 문득 들어간 곳이 彼氏다. 남친도 없으면서 그곳에서 첫 수프 카레를 맛보았다. 없는 시간을 쪼개 마감도 조금 하고, 이런저런 메일도 처리하고, 한남동에 가야했던 탓에 마음은 바빴지만, 뼈가 시릴 듯 추웠던 그 날, 그곳에 남친이 있었다. 코류, 그녀는 거리의 그래피티에서 그림을 시작했고, 가까운 내일 퍼블릭 아트를 하고 싶다고 마지막 질문에 얘기했고, 그제 아침 나는 메일로 퍼블릭한 거절을 당했었다. 그렇게 차가운 겨울 ,오랜만에 걷는 이태원 언덕길에서, 면허를 따지 않는 한 다시 오지는 않을 것 같은 카페 주인은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묻는 말에 직접 내 핸드폰을 잡고 키보드와 씨름했고(내 핸드폰은 블랙베리다), 그걸 돕다 잠깐, 아주 잠시 손과 손이 스쳤다. 경리단으로 내려가는 언덕길은 조금 편해 빵을 사려 했지만 보이는 게 체인 빵집 뿐이라 하염없이 걷고 또 걷고. 지난 여름 '남의 것을 내것처럼 한다'는 코류의 말이 나는 그저 이상하기만 했는데, 작자 불명의 거리에서 느껴지는 거리감의 밀도는 아주 조금 따뜻한 겨울처럼도 느껴진다. 少しばかり暖かい.

by ABYSS | 2019/12/13 10:29 | Ein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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