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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래가 모든 걸 용서하지 못한다. 노래가 아픔을 구원하지 못한다. 노래에 삶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세상은 노래 한 곡 없이 어쩌면 잘만 돌아간다. 하지만, 어떤 새벽 보이지 않던 어둔 하늘에서 떠올리는 멜로디, 그저 지나쳤던 멜로디가 사무치게 다가오는 저녁 노을, 노래는 어쩌면 세상 전부이곤 하다. '파바로티'가 영화로서 훌륭한 자리에 있는 건 아니지만, 거기엔 노래로 남아있는 삶의 흔적들이 뭉클하다. 결국 한 곡의 노래로 끝나버리는 하염없이 무력한 시간의 절대적인 순간들. 화해를, 치유를, 구원을 애기하지 않지만, 내일을 바라보게 하는 믿음들. 파바로티의 노래 속에 그의 가족사가 가진 질펀한 상처들이 무화되는 건 아니지만, 영화는 노래가 스쳐갔던 날들의, 딱 그만큼의 아름다움을 아낌없이 간직한다. 클래식 음악에서 록 스타와의 협연, 광고를 도배하며 상업적 길을 오고갔던 날들, 세상은 파바로티를 이렇게, 또는 저렇게 이야기하지만, 어쩌면 사는 건 그렇게 거대한 게 아니고, 고작 노래 한 곡으로 충분한 시간은 분명 이곳에 흘러간다. 굴곡의 세월이 지나 어떤 우연은 그를 그곳에 데려갔고, 넬 순 도르마, 세상은 아직 잠들지 않았다. 영화가 유일하게 강조하는 건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했던 파바로티의 인간적 면모인데, 음악은 그렇게 나를 나이게 한다. 세상에 음악이 있다는 건, 아마 아직 남아있는 이곳에 대한 상상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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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그 꿈이 그림처럼 느껴지..
by ABYSS at 01/11 전 잠이 들기 전, 아직 의식.. by rumic71 at 01/10 사실 되게 고혹한 시간일 수.. by ABYSS at 12/25 최근 등록된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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