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2월 01일
2020 첫 달의 일기


#02 지난 해 나카메구로에 생긴, 아시아 최초 로스터리 스타바엔 1200엔짜리 커피가 있다더니, 유락쵸 도쿄 미드타운엔 '내츄럴 윈디리지'란 커피가 세금 포함 2,640엔이다. 스페셜티 커피 중에서도 최고급이라는 '게이샤' 원두를 사용하고, 자사에서 운영하는 코스타리카의 농원을 비롯 파나마의 에리다 농원, 롱 보드 농원 등의 콩을 가져와 일본 바리스타 1세대라는 사카모토 요시하루, 이와세 요시카즈 등이 감수해 완성했다는 4기압 압축 커피 머신 'FRUMAI'로 내리는 한 방울 한 방울이 금값같은 커피. 원두 중 5%의 5%의 원두가 우려내는 웬만한 프렌치 한 끼 값의 커피. 여기선 하시엔다코페이란, 내겐 그저 생소한 커피 한 잔이 '저렴한 가격' 880엔이고, 땅값도 비싼 유락쵸 한 가운데 1층부터 4층까지 자리가 100석이다. 커피의 궁극을 보여주기 위해 이런 도발도 가끔은 필요하지만, 나카메구로의 '온니버스 커피'는 과테말라에 직접 가 농부의 얼굴을 보고 커피를 사오고, 그들에게 그 결과를 보여주기 위해 선물을 들고 편도 40시간의 길을 또 한번 왕복한다. "대부분 재배만 할 뿐 자신들의 원두가 어떻게 쓰이는지 몰라요." 아담한 종이컵에 담겨 나온 그곳의 라떼는 어디에도 없던 가벼움, 처음 맛보는 고소함이었고, 가격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나 싶을 때, 그건 때로 사람의 자리를 잊곤한다.
#03 오늘 야후 1면. 키린지 활동 종료란 타이틀에 마음이 움찔한다. 96년 형제 듀오로 시작해 25년이나 지났으니 그들을 얼마나 안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고독의 애처로운 'エイリアンズ'이랄지, 그 사이 새어나오는 작은 사랑의 '愛のcoda’랄지, 새벽녘에 떠오르는 오래된 기억의 ’drifter랄지. 일찌감치 형이자 대부분의 작사작고, 노래까지 부르던 호리고메 야스유키가 탈퇴를 하고, 이후 다양한 세션 편성으로 자유롭게 움직였던 걸 생각하면, 변화가 새삼 뭐 새로울까 싶지만, 오늘자 키린지 홈페이지엔 한 시절의 이별, 그리고 새로운 계절의 시작을 알려왔다. "本作を作り終え、現編成のKIRINJIとして出来うることは全てやってしまったという思いも生じてまいりました。" 일본이라 하면 오래 지켜지는 전통을 떠올리고, 좋은 노래를 듣다 보면 끝나지 않기를, 이 엔드롤이 계속 지속되기를 바라곤 하지만, 데뷔 20년이 지난 스마프는 이미 둘로 갈라져 별도의 활동을 하고있고, '아이돌'이란 이름이 좀체 어울리지 않는 평균 연령 40세의 TOKIO가 있는가 하면 1999년 시작된 아라시는 계절은 2020년, 올해까지다. 영원하길 바라지만, 이별은 어김없이 찾아오고, 요즘 일본에선 장인이란 말을, 참 캐쥬얼하게도 쓴다. 마감은 하지 않고, 그들의 지치지 않는 계절에 몇 글자 더 다짐을 한다.
# by | 2020/02/01 10:38 | Ein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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