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2월 05일
겨울을 위한 다짐

#02 추위가 더 춥다. 돌아보면 마감하느라, 책 만들며 그 시간에 끌려가듯 살았는데 내 것인 줄 알았던 그곳들이 점점 그렇지 않게 느껴진다. 왜 하필 세상은 1인칭이 아니라 어김없어 누군가를 찾고, 자리를 찾고, 간신이 잠시 앉아 머물다 갈 뿐인데, 그 시간이 참 춥고도 또 차다. 단순히 체력적으로 왕복 6시간을 오가는 건 무리가 있는 나이가 되었고, 그런 몸이 되어 겨울을 걷다보면, 나는 벌써 이 나이가 되고 말았다. 만나고 알고, 머물고, 함께하고, 그리고 어김없이 헤어지는 시간만, 많이도 쌓여있다. 고작 10분 때문에 때 아닌 커피를 한 잔 주문하고, 고작 10분 때문에 필요없는 빵까지 사들고, 이럴 땐 맛있던 라멘도 맛이 없고, 의자에 놓아둔 가방엔 이름 모를 먼지가 묻어있다. 그렇게 이곳이 내 편이 아니라 느낄 때, 나는 이제 정말 잘 모르겠다. 일단은 사과하고, 일단은 인사하고, 일단은 감사하고. 그렇게 지워지는 마음에 오늘도 밤은 끝이난다. 아이바 마사키는 고작 나보다 5개월 늦게 태어났는데, 37이라 하던데. 어쩌면 일년 그리고 반 ? 오해를 오해로 놔둘 품은 알게 되었는데, 당췌 나는 당신이 아는 내가 아니다.
# by | 2020/02/05 11:53 | Ein | 트랙백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