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2월 29일
궂은 날들이 알려주는 것.
#02 어차피 자주 나가지도 않는 요즘이지만, 집에 틀어박혀 쇼핑만 하다보니, 어제는 주소의 '동'을 틀리더니, 오늘은 한 권을 주문했는데 '브루타스' 커피 특집편이 두 권이나 왔다. 처음엔, 실수? 웬 횡제?라며 실실 웃다, 인보이스엔 엄연히 1이 아닌 2가 적혀있다. 그나마 짙은 브라운데 아침 신문에 커피 마시는 남자의 일러스트 잡지라니,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한다. 책을 산다는 건 읽지 않아도 배부르는 묘한 감각의 쇼핑이고, 아직 첫 페이지도 펼치지 않은 책이 수두룩인데, 마츠다 류헤이와 아야노 고의 영화 '影裏' 원작 소설을 샀더니 영화 스틸로 표지가 바뀌어있다. 벌써 두 해 전 록뽄기의 '아오야마 북 센터'의 폐점 이후, 도쿄에서 유일한 '아오야마 북 센터'가 되어버린 오모테산도 지점은 창업 이후 처음으로 로고를 바꿨고, 그곳의 얼굴도 잘생긴 야마다 유 점장이 올린 글엔, 세월이 흘러 기존 로고에 대해 알고있는 직원이 아무도 없다고 한다. 두 번의 폐점을 거쳐, 다시 문을 여는 어제를 지나, 어김없이 다시 책을 사러 가는 동네의 오늘. 로고를 디자인한 타카야 오오타는 마찬가지로 오모테산도에서 일하는 디자이너이고, 그 골목엔 내가 좋아하는 어제의 추억이 한움큼이다. 멋지고, 예쁘고, 새로운 건 많지만 다시 떠오르는 어제를 품은 오늘은 그리 많지 않고, 이상하게도 책 읽는 계절이 찾아왔다. 내가 아는 가장 최첨단의 서점은 시모키타자와의 고작 5평 남짓의 카페에 기생하는 '북 숍 트래블러'라고, 비가 오는 날이니까 별 쓸모도 없는 생각을 하곤한다.
*그리고 봄은 아직 더디기만 하지만, 사카구치 켄타로의 조금 이른 봄날 아침.
# by | 2020/02/29 13:38 | Ein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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