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봄은 찾아와_서울과 도쿄의 버젼


지난 주말 시모키타자와 역사 안에 걸려있었다는 검정색 스니커 50족. 모양도, 색깔도 별로 탐나지는 않지만 누구든 한 켤렉씩 마음껏 가져갈 수 있는 , 도쿄에서 조금 이상한 신발이다. 공짜에 체면은 없다고 내외 가린다는 도쿄 사람이지만 너나 할 것 없이 한 켤레씩 손에 넣었고,  그렇게 벽에 걸린 스니커가 모두 동이 났을 때 도시가 품고있던 메시지가 쓰여진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중요한 시기에, 구두에 발 뒷꿈치가 벗겨지는 일에 방해받지 않았으면 마음에, 취업 준비에 스니커란 선택지를. 나아가, 취활생' 문장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행이 바뀌고, 다소 투박한 마음이 그대로 드러난 너무나 길고, 별로 센스도 느껴지지 않는 문장이지만, 이런 그림에서  타인을 느낀다. 왜 하필 찾아온 봄날의 바이러스는 오늘도 하루를 무겁게 짖누르고, 병원에선 병상이 모자라 힘들어하지만그곳에 도착하는 작고 애뜻한 마음에 나도 모르게 마음이 뭉클했다. 어차피 장사이지만, 어차피 광고이지만. 이 프로젝트를 진행한 건 스니커 회사가 아닌 반창고 회사 BAND AID이다. 어쩌면 그저 조금 섬세한 마케팅 전략. 하지만 도시의 진심은 아마 이런 얼굴을 한다. 나는 그저 오늘도 집에서 그제 도착한 잡지를 편다. 

*위의 사진은 오다큐센이 분실물을 들고 역내 사무실까지 가져다 준 사람들에게 건네는 '아리가또' 티켓. 실제로 쓸 수 는 없는 듯 싶지만, 그런 아리가또.

by ABYSS | 2020/03/02 22:51 | Ein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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