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4월 30일
미니 씨어터, 커다란 시네마. 키치죠지 UPLINK와 아사이 씨와의 대화.
먹고 싶은 메뉴도, 보고 싶은 영화도 혼자가 아니면 사실 잘 말도 못하는 사람인데, 아마도 가장 가고 싶었던 회사 ‘시부야 츠타야’의 면접을 보기 위해 지난 1월 도쿄에서 3일을 보냈다. 3일이라고는 해도, 늦은 오후 출발, 이른 오후 도착 비행기에 쓸 수 있는 시간은 하루 남짓이고, 면접 시간은 이상하게 저녁 6시, 수목금, 그 불완전한 3일에 마음 놓고 지낼 수 있는 건 사실 1분 1초도 없어 뭘 하든 주저하다 시간만 훌쩍 흘렀다. 와중에 새로 오픈한 ‘파르코 시부야’는 구경하고 싶고, 그래도 도쿄인데 공연 하나는 봐야하지 싶고, 하지만 좀처럼 스케쥴은 도와주지 않아, 결국 키치죠지 UPLINK에서 봐도, 안봐도 상관없는 수오 마사유키의 신작 ‘카츠벤(かつべん!)’을 보았다. 그것도 맞은 편 카페에서 몇 번이나 망설인 끝에. 그래도 나리타 료는, 어느새 꽤나 연기하는 배우가 되어있다. 왜 하필 신쥬쿠 갤러리 ‘KEN NAKAHASHI’는 오전 11시에 문을 여는지. 긴자 ‘소니 파크’의 라이브는 왜 매번 6시 30분인지, 왜 도쿄는 그날 내게 그렇게 얄궂은 도시였는지. 하지만 어쨌든 키치죠지 UPLINK에서의 두 번째 영화. 이런 게 어쩌면 대부분의 일상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날은 지금도 어딘가 어정쩡한 오후로 남아있어, 그 날의 오후가 여전히 나는 나의 도쿄인 것만 같고, 내일이 숨어있는 틈새의 작은 기억들. 코로나 여파로, 그곳의 극장들은 요즘 문을 닫고있다고 하는데, 그렇게 멈춰선 시절에 지나간 어제를 돌아본다.
연호가 바뀌던 무렵, 올림픽에 아직 먹구름이 드리우기 이전, 키치죠지 파르코(parco) 지하에 문을 연 UPLINK는, 가장 지금의, 가장 도쿄의 공간처럼 보였다. 영화를 볼 수 있고, 전시가 열리고, 지역 맥주와 함께 크래프트 콜라가 코카 콜라보다 잘 팔리고, 소위 그라데이션과 심-리스 융합의 전형인데, 그곳은 배급을 겸하는, 20여 년 전 이미 시부야에 UPLINK를 열었던 극장이고, 그곳은 갤러리도, 레스토랑도 겸하고, 도쿄는 여지없이 어제가 물러난 자리에 내일을 그려간다. 그 묘한 어울림을 바라보고 싶어 도쿄를 걸었고, 사람을 만났고, 잘 찍지도 못하는 사진을 많이도 찍곤 했는데, 일이 어그러져 다 풀어내진 못한 아사이 씨와의 인터뷰를 이제야 다시 바라보며, 그날의 기억이 나는 그저 생생하다. 왜인지 다하지 못한 이야기들. 그리고 2020의 봄, 아사이 대표는 트위터에 코로나로 인한 휴관, 그 얄궂은 시절의 힘듦을 털어뇠다. 바다 건너 이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지만, 코로나로 알게되는 너와 나의 거리. 곁에 앉아 단 한 편의 영화를 함께 보던 별 거 아닌 시간의 텅 빈 자리. 그리고 불안에 떠올리는 지나간 나의 5월. 도호도, 토에이도, CGV도, 롯데도 힘이야 들겠지만, 작은 규모로 작은 관객으로, 작은 영화를 상영하는 소위 아트 시네마, 미니 시어터에게 며칠 휴관은 치명적이고, 다시 돌아오지 못할 계절의 어쩌면 엔딩 없는 시작에서 나는 그곳의 이야기하고 싶다. #savethecinema라는 생각지도 못했던 영화관의 구호, ‘미니 시어터 기금’이란 픽션을 위한 현실의 애씀. 가장 도쿄를 닮은 키치죠지의 UPLINK는 극장 자체가 한 편의 영화같지만, 아사이 대표는 레이와 첫 날 하츠우리(初売り, 매해 첫 날에 백화점을 비롯 상업 시설에서 첫 장사 이벤트를 함을 일컫는 말)에도 ‘장사장사’라며 손사레를 칠 정도로 현실적인 사람이고, 도쿄의 필름 판타지는 그렇게 가장 팍팍한 현실 곁에 생생하게 살아있다. 그리고 백화점 앞 길게 늘어진 하츠우리 행렬은, 최소한 내게 시작하는 설렘, 내일을 다짐하는 또 한 번의 분명한 약속. 아사히 씨보다 수 십년은 덜 살았지만, 이건 분명 내 말이 맞다.
*대화, 그리고 전문은 아래 링크에 있습니다.
# by | 2020/04/30 12:25 | Culture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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