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OOO, 근데 애초 집이란 (1)


#집에서 라이브, 집에서 클래식, 집에서 스포츠, 심지어 집에서 술자리. 만남이 가로막힌 시절 일상은  랜선을 타고 흐르고, 늘어나는 해시태그 속에 집은 어느새 가장 든든한 하루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애초 #집이란. 오늘도 나는 집에서 24시간을 있었다.


이른 아침 새들이 지저귄다. 아파트 주변이 낮은 산이여서기도 하지만, 맑은 날이면 유독 새소리가 자주 들리고, 심지어 조금은 징그러울 정도로 덩치가  까마귀 울음 소리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동네 우체국이 벨을 누르는  점심 시간이 지나고 오후 1 즈음.  건너 학교에선 저녁 5시를 알리는 차임벨을 울려오기도 한다. 집에만 있지 않았더라면 지나쳤을 그림들. 평소의 일상을 빼앗기지 않았다면 알아차리지 못했을  오랜 일상들. 본래 외출을 자주 하지도 않는 인간이면서, 요즘의 ‘ 새삼 어제의  자리가 아닌 것만 같다. 유튜브로 조성진의 쇼팽을 듣는  조금 초라할지 몰라도, 조도를 낮추고 대신 테이블 초에 불을 붙이고, 와인이나 방금 내린 커피  잔을 곁에 두면,  시절에 그럴싸한 저녁  자락이 완성되기도 한다. 코로나가 시작되고 5개월 즈음.  대신 찾아온 지금  시절의 코로나는 조금 생소한 일상이 되어가려 하는지도 모르겠다. 사람을 집에 머무르게 하고, 해시태그로 이어지기 시작한 ‘집에서의 바깥 생활  끝이 없어  와중에 ‘집의 재발견’, ‘집의 가능성같은  생각하게도 한다. 잃어버린 일상에서 몰랐던 일상을 찾아내고, 디지털에서 아날로그를 끌어내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가는 지금의 조금 낯선 하루는, 왜인지 계속 ‘에만 있다. 늘어만 가는 확진자 수에 놀라면서도 나는 ‘사회적 거리 두기랄지, ‘잠시 멈춤이랄지, 평소 이곳에 자리하지 않던 어떤 ‘머무름’, 어떤 ‘느림 기운이 봄바람과 같아 그저 좋았고, 퇴근에서 출근 사이, 귀가에서 외출 사이, 떠나고 돌아옴의 자리기만 했던 ‘ 지금 우리가 몰랐던, 부재하던 시간의 일상을 발휘하고 있다. 코로나는 상상도 하지 못했겠지만, 이만큼 집을 얘기하던 계절은 없다. 집에만 있다보니 집이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다.


모두가 모두에게 불안일  있는 시대에 집이 유일한 피신처라는 , 왜인지 조금 따뜻하다. 이름에도 ‘신종 붙은  질병을 우리는 여전히  모르지만,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 나를 양보하는 거리, 평소의 일들을 자숙하는 시간에 위기는 조금 걸음을 늦춘다. 출근하지 않고 맞이하는 늦은 아침의  여유로움은 이제서야 알아채는   아닌 ‘ 오래된 얼굴이기도 하다. 불편이야 하겠지만, 디지털  복판의 시대에     열지 않고 해결 가능한 일상은 상상 이상으로 많고, 해시태그만 붙이면 집에서도 내가 아닌 누군가와 일상을 공유할  있다. 그럼 뭐하러 집을 나설까도 싶지만, 역으로 이제야 # 붙은 집에서의 시간을 궁리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건 모두 ‘ 있어 가능한 일들. 몇몇 사각지대의 대체될  없는 일상의 애달픔은 어찌할  없지만, 이런 시절이기에  자리를 다시   돌아볼  있는 것도 지금의 현실이다.   가장  화두가 되어버린 #집에서 OOO 키워드. 이건 사실 #집이 지켜주는 OOO 말에 다름없고, 전국 전역에 와이파이가 뚤려있는 시대에 우리가 잃은  우리 집이 아닌 남의  누군가와의 만남이다. # 아무리 많이 달아보아도, 집에서의 시간은 결국 모두 1인칭, 나의 자리에 머문다. 일본의 SF 소설가 오가와 사토시는 “만남, 모임은 인류 역사상 가장  세월의 ‘즐거움’”이라고까지 말했는데, 그만큼 몸도, 마음도 좀이 쑤실만은 하다. 하지만  반대 자리에서, 홈리스들이 판매하는 잡지 < 이슈> 일본판은   억을 호가하는 집에 사는, 혹은 살던 이들의  없던 시절의 이야기를 번역해 소개하기도 했다. 집도 없이 잘만 성공하고, 잘만  벌고, 잘만 명성을 쌓았던 그들을 생각하면, 랜선을 타고 대화를 하고, 암호와도 같은 # 뱉어내며 만나고, 서로 다른 자리에서 서로 같은 시간을 즐기는 팬데믹 시대의 -일상은, 분명 철제로, 벽돌로 쌓아올린 집의 내면을 드러내고 있다. 영화 <록키> 시리즈의 따뜻한 뒷얘기로 알려진 실버스타 스탤론과 그의 애견 버커스 사이의 일화. 돈이 없어 강아지를 팔아 생계를 이어갔던 스탤론이 이후 직접   시나리오를 팔고 받은 3 달러를 들고 강아지를 찾으러 달려갔다는 사연은, ‘Long Way Home, 둘만의 작은 집이 완성되는 이야기처럼도 들려온다. 집으로 가는 때로는 멀고  . 인류의 가장 오래된 서사일지 모를  문장은, 항상 그곳에 있고, 언제나 우리 편이다. 




-2편에 이어서


사진 크레딧

©️Yang Design / Fangfang Tian, Jamy Yang

by ABYSS | 2020/06/03 12:24 | Publicité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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