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静かに朝は
by ABYSS
말줄임표가 이야기하는 것들
사카모토 큐의 1961년 곡 '위를 보고 걷자'를 영어로 리메이크한 노래의 제목은 '스키야키'라고, 무라카미 라디오의 무라카미 씨가 이야기해줬다. "가사 번역 작업에 관여한 적 있는데, 먹을 때 타레를 흘리지 않아야 한다고...정말 시시껍잖은..." 이 노래에 난 몇 번이나 눈물을 흘렸는데, 흘렀을 때 데미지가 큰 건 역시나 눈물보단 타레다. 어제 난 타란티노의 영화를 보며 설마 눈물을 흘렸고, 원스 어폰 어 타임..이란 말은 가장 먼 어제를 얘기하는 듯 싶어도, 시간이 흘러, 숱한 과거가 쌓여 알게되는 가장 지금의 이야기다. 영화는 수도없이 죽고, 피가 낭자하고, 잔혹하기 그지없지만, 타란티노의 이 회고적 영화는 여지없이 먼 어제를 바라볼 때의, 느긋함, 편안함, 그런 아득함을 갖고있다. 8년 전이라는 옛날. 9살이라는 평생. 어쩌면 영화는 모두 그런 회고담의 기억들이겠지. 모두 끝나버렸기에, 지나온 길이라 바라볼 수 있는 것들이, 실은 남아있는 내일보다 많다. ...말줄임표는 아마 그런 지금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와이 슌지 감독이 새로 만든 영화가 리모트 제작이라 하는데, 제목이 '8일만에 죽은 괴수와의 12 이야기'다. 이와이 슌지와 괴수. 생소하게 느껴지지만 그는 꽤 그로테스크한 소설 '집보는 개는 정원을 지킨다'를 쓴 적이 있고,  다섯 명의 감독이 릴레이로 촬영한 영상을 이어붙인 영화엔 '일본 침몰', '신고질라'와 같은 괴수보다 더 멀게 느껴지는 히구치 신지 감독도 있다. 이와이 감독은 '처음 제안을 오해해 단편 하나를 뚝딱 써버렸다'고 했는데, 그만큼의 소통불가능의 자국이 아마 이 영화엔 남아있다. 할 일은 있어도 왜인지 잘 손에 잡히지 않던 토요일, 빔 벤더스의 92년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를 보다 문뜩 이런 생각을 했다. 지금의 나는 너가 아니고, 나는 그곳이 아닌 이곳에 있고, 비록 지금 나는 이런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영화가 진행되는 두 시간 남짓, 그와 함께 나의 두 시간도 흘러간다. 꽤나 빤한 이야기같지만,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하나로 완성되는 영화의 그 아찔한 대목에서, 이 말은 천사가 들려주는 진실과도 같이 들린다. 매일을 집에서 보내면서, 내가 하는 일이란 어디서든 할 수 있지만, 어디든 할 수 있는 건 아니었고, 나 밖에 모르는 그 차이는 분명 쉽게 이해되지 못할 1과 2 사이이지만, 어쩌면 그 사이의 '밧줄'은 내 안에 잠자고 있다. 위를 바라보며 내일을 걷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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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BYSS | 2020/06/29 10:50 | Ein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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