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흔들릴 때에는 극장 F열에서


마음이 힘들 때, 무슨 이런 날이 있을까 싶을 때 글을 쓰다보면 편안해질 때가 있다. 물론 글이 잘 풀리느냐 아니냐의 따라 그 정도도 달라지지만, 생각했던, 혹은 하지 못했던 말들이 흘러나올 때 묘하게 안도되는 느낌을 받는다. 일종의 피난처이자 어쩌면 나의 자리. 영화 
'주디'를 보면 주디가 미국에 아이를 남겨놓은 채 영국으로 향하는, 그렇게나 많은 상처, 아픔, 이별, 슬픔을 안겨준 음악, 무대로 기어코 올라가는 장면이 스쳐간다. 세상엔 떠나고도 떠나지 못하는, 도착했지만 출발하지 못한, 자신만의 '응어리'같은 자리가 있다고 느낀다. 어쩌다 그 '주디'를 누나와 함께 본 아침, 흐르는 눈물을 감추느라 소파 구석에 몸을 감췄다. 아마도 나만 아는, 나밖에 알지 못하는 슬픔, 혹은 바보같은 감정이, 영화 속 주디, 그녀의 질곡의 사연으로 만천하에 드러나는 것만 같은 당혹스러움, 그런 민망함을 피하고 싶은 심정에서라고, 이제는 간혹 생각한다. 아니면 나만의 애달픔을 들켜버리고 싶지 않은 허세같은 걸까. 추석이면 여행을 하자는 가족 약속 2년째. 서해 바다 섬에서 홀로 독방의 2박을 보내고, 엄마 방에 모여 아침을 먹었다. 돌아가는 길 난 누나 차 뒷자리에 앉아 '이래서 같이 가면 안돼'같은 몹쓸 생각을 했는데, 세상 어떤 여행은 어쩌면 그런 푸념에서 시작하곤 한다. 어떤 '가족'이란 이름의 여행은.

by ABYSS | 2020/10/14 15:35 | Ein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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