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静かに朝は
by ABYSS
男女가 아닌 女男로 세상을 바라볼 때

이번 책을 작업하며, 여성의 '성', 남성의 대립항으로서의 '여성'을 드러내지 않도록, 방향의 조언을 여러차례 받았다.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는 시대에 그 맥락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나는 여전히 이러한 이원화적, 두 개 중 하나를 선택하고 배제하는 방식이 조금 편하지가 않다. 하필이면 남자로 태어나, 이런 이야기가 조금 더 조심스럽기도 하지만, 내가 아는 페미니즘은 근래 빈번하는 일종의 '거세', 그런 편파일률적인 '운동'으로 완성되진 않는다. 물론, 내가 남자인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이상하게 남자 중심으로 흘러온 역사를 생각하면, 양부모의 성을 쓰고, '여사원', '여직원' 등 일상에 박혀버린 여성 차별적 언어를 골라낼 필요가 있을지 모르지만, 그렇게 세상에 모든 '성'이 사라진 거리에서 난 어쩌면 조금 쓸쓸함을 기억할지 모른다. 이화여대 깊숙한 곳에 있어 언제나 갈 때면 조금은 마음이 긴장했던 극장 '아트하우스 모모'처럼, '여대'라 이름붙은 곳엔 그만큼의, 그곳만의 역사가 쌓여있다. 여성이기에, 여성이라서 여성인채로 말할 수 있는 '오늘'은 분명 있(어야 한)다. 

얼마 전 일본에선 좀 이상한 잡지가 발행됐다. 여기서 '이상한'이란 단어를 쓰는 것도 조금은 주저되지만,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링(REING)'이 지난 10월 15일 창간한 잡지의 이름은 'IWAKAN', 위화감이다. 자연스럽지 않고, 어색하고, 어딘가 틀린 그림이 섞여있는 듯한 상황에서 느껴지는 어설픈 감정. 일본에선 이상하게 이 '위화감'이란 단어를 한국보다 훨씬 많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데, 이 잡지가 가리키는 건 그런 일상 속 결코 일상이지 않은, 혹은 못한, 일상을 거슬러 오르는 듯한 의심과 질문들이다. 첫 호의 테마는 '女男.' 위화감이란 말조차 일상에 파묻혀버린 시절에 'IWAKAN'은 우리가 알던 너와 나, 여자와 남자, 그 자리를 바꾸어본다. 표지엔 1호를 의미하는 01이 조금 일그러진 채 쓰여져있고, 화보 속 교복을 입은 남고생은 아이섀도를 바르고 속눈썹에 컬을 만들고, 지하철 자리에서 교복 차림의 여고생은 두 다리를 넓게 벌리고 앉아있다. 책 속엔 남성과 여성은 물론 동성애자, 트랜스섹슈얼 164명의 위화감에 대한 속내가 담겨있고, 우리에게 필요한 건 어쩌면 이런, 차이의 전시, 서로가 서로를 각자의 고유한 개체로 바라보는 조금 뒤틀린 시선일지 모르겠다. 위화감, 의문은 너와 나 사이 어딘가에 남지만, 이름을 지워버린 텅 빈 자리에 자라는 건 조금 날선 등돌린 너의 외로운 끝나지 않는 외침이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이번 책엔 14명 중 13명이 모두 남성으로 구성됐다. 성비를 맞추려 몇 번의 기획안을 주고받고, 회의까지 진행했지만, 이 책엔 여자가 14명 중 여자는 딱 한 명 뿐이다. 고작 이 책 한 권으로 여성과 남성 사이의 문제를 논하는 건 심한 일반화의 오류를 무릎쓰는 일이지만, 장인을 수식하는 길고 긴 세월의 지속 가능성은 어쩌면 여성을 배제해왔는지 모른다. 그만큼 오랜 시간을 버텨가며 일을 하기에, 여성은 장을 하나 떼고 태어나는 '성'임에, 현실적으로 틀림없다. 하지만 이번에 만난 14인 중 유일한 여성, 세계 최초의 여자 스시 장인 치즈이 유키는 '여성의 아름다움', 여성성,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화장하고 예쁘고 아름다운 것을 추구하는 여성다움을 부정하지 않는다. 애초 그(녀)가 일하는 가게 '나데시코 스시'의 나데시코는 청초한 아름다움이란 꽃말을 가진 한 송이 꽃이다. 치즈이 유키는 '스시가 손님과의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할 때 그 일은 여자가 남자보다 월등히 우월하다 생각해요."라고도 이야기한다. 남성 중심 세계에 맞서기 위해 낙인처럼 붙어있는 '여성'이란 이름을 지워내고, 남자가 아니라 누리지 못했던 지위(를 포함 삶에 있어서의 모든 환경적 조건)를 회복하려 지금의 페미니즘은 '여성'이란 이름을 들어내기 바쁘지만, 진정한 여성을 위한 페미니즘은 여성인 그대로, 무엇하나 더하거나 덜어내지 않고 남자와 차이없는 아스팔트를 걷는 일인지도 모른다. 

백의가 아닌 화려한 유타카 차림으로 도마 앞에 서고, 화장을 하고 분가루가 떨어지지 않게 고정용 스프레이까지 뿌리고, 스스로가 원하는 방식으로 자신만의 스시를 만드는 스시 장인. 남자의 자리에 올라서는 것이 아니라, 자시의 자리에서 정상을 바라보는 내가 아닌 너. 그렇게 너와 나는 나란히 서고, 페미니즘은 어쩌면 완성된다. 페미니즘 시대가 남자와 똑같은 여자들의 '내일'을 만드는 것이라면, 나는 단순히 좀 재미가 없을 것 같다. 불공평의 역사와 함께 살아왔지만 그렇기에 가능한 오늘이 있고, 너와 내가 다르기에 보이지 않던 '내일'은 열린다. 참고로, 치즈이 유키는 취재를 진행하며 유일하게 진행비를 지불한 인터뷰이, 난 그 작은 오고감, '거래'가 어긋난 지금을 회복하는 약간의 비용이라 조금 멋대로 생각했다.


by ABYSS | 2020/11/02 17:38 | Publicité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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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rumic71 at 2020/11/03 00:37
가끔 '그분'들에게 여성스러운게 부끄럽고 창피하냐고 묻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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