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02월 16일
어떤 밝고 '나쁜 계기'에 관하여

쿠마 켄고는 사실 지금 도쿄(어쩌면 세계)에서 가장 바쁜 건축가인지라, 그럴 때 준비 작업이란 무얼 보고 무얼 패스할지의 연속이라, 내가 그의 그 대담 영상에 클릭을 한 건 어쩌면 하나의 별볼일 없는 '운명'이었는지도 모른다. 자동차 브랜드 '렉서스'가 교토에서 주최한 '일본의 和', 크래프트맨십과 미의식에 관한 이야기. 사실 주제가 맞는 방향도 아니었는데, 그가 만든 격자식의 나무 창틀을 배경으로 쿠마와 대담자인 크리에이터 코하시 켄지의 이야기를 한참 들었다. 사실 둘의 관계라고 하면 비슷한 업계 종사자 사이의 대선배와 후배 정도일 뿐인데, 그래서 초딩과 선생님의 대화처럼도 들렸지만, 코하시 씨는 자꾸 쿠마와 자신의 접점을 찾으려했다. 그는 AR 기술로 불꽃놀이나 하는 이벤트 기획자일 뿐인데, 자꾸만 쿠마에게서 자신의 내일을 보려했다. 어떤 억지스러움, 그리고 어리석음. 하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고 싶을 대 가장 유효한 건 그와 나의 공통점, 혹은 착각이고, 내일에 대한 조언이 빛을 발하는 건 나에게 적용 가능한가의 지점에서이다. 이야기 중반 쯤 코하시 씨는 오래 전 죽을 고비에서 살아났던 경험을 이야기했다. 나는 잊고잇던 나의 어제가 떠올랐고, 쿠마 씨는 아마 20여 년 전 오른팔을 쓰지 못하게 했던 사고를 생각했을지 모른다. 세상 모든 상처는 상처를 알아보는 어떤 '감'을 갖고 자란다.
"변화는 계기에서 시작돼요. 그리고 그건 꼭 '나쁜' 계기더라고요. 좋은 계기에선 좀처럼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하죠." -쿠마 켄고
# by | 2021/02/16 18:06 | Ein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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