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04월 15일
무라카미 라는 '이異세계', 쿠마 켄고의 무라카미 하루키 라이브러리

'공간의 미래, 도쿄에서 엿보다'는, 나의 장황한 도쿄 몽상을 폴인의 정갈한 기획력으로, 군더더기 없는 편집의 큐레이션으로 모두 7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구성되었다. 그리고 내일 첫 호, 쿠마 켄고의 건축 편이 발행된다. 도쿄를 기획하며 혼자 갖고있던 계획은 광대했지만 나약했고, 기대는 컸지만 실행력이 부족했고, 그렇게 몇 해가 무심하게 흘러갔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코로나 year는 두 해를 맞이했고, 2020 올림픽은 위태로운 2021을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내가 이 지난하고 울퉁불퉁한, 오점 투성이의 시간에서 건진 것이 있다면, 어김없이 움직이고, 나아가고 있는 수많은 '오늘'들과의 만남이다. 쿠마 켄고를 취재하며, 아오야마 사무실의 그와 '줌'으로 이야기를 나누며 난 그가 '지금 가장 바쁜 건축가', '오늘의 도쿄'를 대변하는 1인이라 이야기하고 적었지만, 실제 그 말의 '리얼리티'는 내게 없었다. 아직 공사중이라 제쳐두었던 쿠마 켄고의 '무라카미 하루키 라이브러리'가, 완공, 오는 10월 일반에게 공개된다. 제쳐두지 말걸, 생각하지 말고 말을 할걸. 어찌되든 얘기나 해볼걸. 후회는 늘 홀로 도착하지 못한 '오늘'이 되어버린다.

무라카미의 모교 와세대 대학에 지어지는, 쿠마의 손에 완성되는 '무라카미 하루키 라이브러리.' 이 만으로도 이 건물은 충분하다. 쿠마는 근래 리노베이션, 재생이야 말로 '건축'이라 이야기하는데, 그가 연구실 동으로 쓰였던 건물을 다듬어 다시 만들어낸 하루키 라이브러리는 '생활 속에 숨은 이(異)세계', 생활에서 삐져나온 초현실의 세계를 건축이란 물성으로 증명하고 있다. "무라카미 씨의 소설을 공간으로 정의하면 터널이라 생각해요. 아무것도 아닌 구멍으로 들어가면 돌연 별(別)세계가 퍼지는. 그런 '이공간(異空間)'으로서의 라이브러리를 꾸미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쿠마는 그가 오스트렐리아 'EXCHANGE'에서 했던 것처럼 나무를 최대한, 부러지지 않을 만큼의 각도로 구부려 아치형 파사드를 만들었고, 그 안을 통해 들어서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어딘가 조금 낯선 '생활 속 세계'가 펼쳐진다. "무라카미 씨의 '살아간다'는 느낌, 생활에 가깝지만 어딘가 조금 생활가는 수 밀리 정도 떠있는 별 세계란 느낌이, 개수하는 것으로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책장은 하루키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홋카이도 아사히카와 시의 나무를 사용. 천장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책장이지만 높이가 올라갈 수록 얇게 제작돼 점점 '사라져가는' 형태를 하고있다. "쉽게 꺼내볼 수 있는 책도 있지만 꺼내보지 못하는 책도 있다는 걸 은유하는 그림을 상상했어요." 사방을 꽉 채운 책장은 근래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는데, 이만큼의 설렘이 그곳엔 있을까.
이 라이브러리의 공개 오픈은 10월. 10월이면 가을인데, 가을이면 독서의 게절이라 하는데, 나의 시작, 그 다음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화장실을 안내하는 사인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어딘가를 향하는 남, 여, 그리고 핸디를 가진 이의 순간을 포착하고 있다.
4월 19일 '공간의 미래, 도쿄에서 엿보다' 1호가 발행됩니다.
# by | 2021/04/15 13:29 | Culture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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