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왼손의 건축, 쿠마 켄고와의 (아마) 단독 인터뷰


어쩌다 해를 넘기게 된 도쿄의 이야기, '2021 도쿄를 바꾸는 공간들'이 그제 공개됐다. 첫 편은 어김없이 쿠마 켄고라 생각했(느꼈)는데, 요즘 그가 그렇게나 바쁜 건 좀 애잔한 운명같이 느껴진다. 사실 쿠마는 버블이 꺼진 뒤 10년 가깝게 일 하나 없이 지방을 전전했고, 어쩌다 당한 사고로 오른 팔을 (잘)쓰지 못하게 됐지만, 지방에서의 10년은 어디에도 없는 쿠마 건축을, 마음껏 쓰지 못한다는 '부자유'의 시작은, 애처로운 물기를 머금고 살아가는 요즘의 우리를 닮았다. 쉬운 말로 표현하면 코로나 시절에 딱 들어맞는 이상향의 답안이랄까. 쿠마를 수식하는 건 많고도 많겠지만, 그 베이스엔 실패한, 어찌할 수 없는 패배의 어둠이 어김없이 꿈틀댄다. 그는 반골 기질의 건축가이지만 소심하고, 어디에도 휩쓸리지 않지만 그렇게 고독하고, 그래서 때론 누구도 보지 못하는 어둠 속 빛을 바라보곤 한다. 하지만 이건 자조가 아닌 냉정이고, 체념이 아닌 긍정이다. 짓는 게 아닌 짓지 않으면서, 새로 만드는 게 아닌 다시 만들면서, 쿠마는 재생, 다시 시작하는 삶에 다가간다. 하루키 도서관 화장실 사이니지의, 그의 표현대로 '부유하며 나아가는 사람들'처럼. 그의 건축은 수 백 억이 소요된 거대 프로젝트라 해도, 고작 '건물 하나'의 자리를 잊지 않고, 난 왜 이제야 그런 용기를 알았을까. 건축엔 사람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 모두 잠시 쉬어가는 자리가 있다.

*쿠마 켄고와의 인터뷰가, 다음 주 월요일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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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BYSS | 2021/04/23 13:07 | Culture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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