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영화는, 망했나?

며칠 전에 ‘일본 영화는 망했다'는 류의 글을, 어쩌다 클릭해버렸는데 너무나 화가나 슬퍼지고 말았다. 기사는 구로사와 아키라의 ‘라쇼몽'까지 들먹이며 거창하게 시작했지만, ‘망했다'의 이유는 이미 오래 전 문제화되었던 ‘제작위원회' 방식의 폐해거나 원작에 의존하는 일본영화의 10년 넘은 고질적 딜레마, 애니메이션과 도호의 독과점과 같은 왜 하필 지금, 이 시점에 이야기하나 싶은 것들 투성이들. 10년, 20년이면 강산도 변하는데, 일본 영화는 그 세월도 거스르며 퇴보의 시간을 걷고있나. 그건 또 얼마나 영화적 플래쉬백인가. 필자는 ‘지금 만나러 갑니다'와 같은 영화들로 일본 영화의 나름 전성기를 설명했지만, 그건 꼭 그런 영화들만 사와 장사했던 당시 한국의 외화 시장 사정의 이야기일 뿐이기도 하다. 하다못해 난 아마 인생 최초로 댓글이란 걸 달았는데, 어쩌다 일본을 까면 팔리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필자가 마무리를 한 ‘카메라를 멈추지 마' 이후 일본 영화는 ‘포스트 코로나'적 영화를 아마 최소한 한국보다 많이 뱉어냈고, 야마다 타카유키나 모리야마 미라이 등 배우가 주축이 된 ‘연출 프로젝트'가 첫 번째 영화를 만들어냈고, 사카모토 유지의 영화 데뷔작 ‘꽃다발같은 사랑을 했다'와 같은 중간 규모 상업 영화의 성공 사례도 나왔다. 비록 작고 가냘팠지만 지난 해 미야케 쇼의 기념할 만한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 일흔이 넘어 완성한 아라이 후미히코의 '화구'는 또 어떠한지. 난 그저 하마구치 류스케의 ‘드라이브 마이 카'가 하루빨리 보고싶을 뿐이다. 참고로, 올 칸느 경쟁작.



"어딘가 안정되지 않은, 불안함의 쾌락이 늘 미묘하게 감돌고 있는 감독. 그게 예술이라 생각해요. 일상이, 아주 얇은 껍질 하나가 벗겨지면서 다른 무언가로 변한달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가 씌어지면서 생겨나는 것들. 그냥 일상만 그리는 드라마같은 거 정말 지루할 뿐이지만, 그 드라마가 흘러가는 가운데 어딘가 외부 세계가 퐁 뛰어들어오거나, 잠자고 있는 것 같은 환기의 무드가 하마구치 영화에는 있다.

-치바 마사야, 소설가. '일본 영화 감독을 말하다' 중에서


by ABYSS | 2021/07/06 16:21 | Culture | 트랙백 | 덧글(1)

트랙백 주소 : http://monoresque.egloos.com/tb/3604186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SAGA at 2021/07/11 11:07
일본 영화는 아직 안 망했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생각해보니 최근에 본 일본 영화가 없네요... 그나마 본 게 안노 감독의 신 고질라... 그 전에 본 게 춤추는 대수사선 마지막 극장판이라니...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