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마'의 못다한 말, 그리고 아무도 하지않는 이야기

쿠마의 다 하지 못한 말. 올림픽 경기장을 비롯 야마테센의 39년 만 역사(駅舎), 일본의 첫번째 ‘에이스 호텔’이랄지 무라카미 하루키 라이브러리. 뭐든 봤다하면 쿠마 켄고인지라, ‘지금은 쿠마’라고 생각했던 게 벌써 두 해 전. 다행히, 운이 좋게도 비대면 (줌)인터뷰를 할 수 있었고, ‘폴인'과의 리포트에선 1만 자가 넘게 그에 대한 글을 쓰기도 했고, 심지어 그 기사 초고는 3만자가 넘었는데, 몇 번이나, 여기저기 쿠마를 말하고 떠들어도 여전히 부족하고, 모자라다 느낀다. 심지어 하루하루 새로운 ‘꺼리’가 계속 생겨나버리는, 좀처럼 끝나지 않는 ‘그를 좇아가는 거기와 여기 사이의 길.’ 그러니까, 그야말로 ‘가장 지금의 건축가.’ 


지금의 도쿄야 코로나다, 올림픽이다 매일같이 얻어맞기 바쁘지만, 자하 하디드의 가오리 우주선같던 설계안이 돌연 백지화(아베가 예산 초과라는 이유로 개최 3년 놔두고 돌연 캔슬)된 뒤, 다시 열린 콘페에선 쿠마와 또 한 곳, 단 두 개의 사무소만이 응모를 했고, 그렇게 비아냥 받기 딱 좋은 조건에서 그가 만들어낸 건, 결코 이어부지리 식의, 이합집산의 기회주의적 콘크리트가 아니었다. 여전히 자신의 길을 가는, 오늘이 아닌 내일을 바라보는, 그렇게 지금을 초월하고, ‘함께’를 제안하는 도쿄 어느 '마을의 경기장.' 

그를 알아가며 난 단순이 일이 아닌 사람으로서 공감하기 시작했는데, 쿠마는 오래 전 사고로 오른 손을 쓰지 못하게 된 뒤 ‘부자유'의 건축을, 버블 붕괴 이후 일감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 상황에서 지역을 방황하며 ‘재생하는 로컬의 건축'을 몸소 실행하고, 실천하는, 삶이 곧 일, 건축이 자신의 인생이기도 한, 내겐 좀 애절한 인물이다. 사람이, 건축이 이만큼 진심일 수가 있을까. ‘자연과의 조화'를 이야기한 그의 체육관은 코로나의 ‘코'도 예견하지 못한 시절에 시작됐지만, 무관객 관중 사태를 맞고도 왜인지 외로워보이지 않고, 그건 일본 47개 도도부현의 목재를 이용, ‘어스 컬러'를 베이스로 일본식으로 말하면 ‘키모레비', ‘친달 현상’을 활용해 구현해낸 결과다. “숲에 빛이 내리비추며 나뭇잎이 떨어지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어요.”

 

지금의 올림픽이 엉터리 행정에 ‘버블'이 아닌 ‘구멍' 투성이인 건 사실이지만, 왜 그 안에서 ‘좋음'을 바라보려는 노력이 (조금도) 없을까.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아, 그렇게나 말하고도 또 말하자고 생각했어요. 어차피 내가 좋아했던 건 ‘커다란 니뽄'이 아닌, 작고 변하지 않는 ‘진짜' 일본이었으니까. ‘올림픽에 대한 쿠마의 대답’부터, 다음 주, 레터는 ‘쿠마의 일하는 방식, 쿠마는 세계 곳곳 445개 곳에서 일한다'를 발행할 예정입니다. 참고로 445는 현재 진행중인 쿠마 사무소의 프로젝트 수. 우리 모두 쿠마를 이야기해봐요. 그건 어쩌면 내일의 이야기일지 모르거든요.

레터 29호, 쿠마의 올림픽이 아닌, '그 후'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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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BYSS | 2021/07/27 19:41 | Culture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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