컷과 컷 사이, 영화의 신이 내려온다

야마다 요지 감독의 아마 91번째 영화 ‘키네마의 신'이 지난 목요일 개봉했다. 이 시절 개봉이 연기되거나 촬영이 중단되는 영화들의 예는 수도 없이 많겠지만, 이 영화는 조금 더 애달픈 사연을 품고있다. 코로나가 시작되고 1년, 주연 배우로 예정되어 있던 시무라 켄의 확진 소식이 들려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고향 도쿄 히가시무라야마시(東村山市) ‘시무라 켄의 나무' 앞엔 고개를 떨군 헌화가 놓였다. 그렇게 두 번의 촬영 스톱과 두 번의 개봉 연기. TV엔 수도없이 많은 비보가, 슬픈 뉴스가 흘러나와도, 세상일은 대부분 남의 얘기처럼 들려오지만, 이럴 때 난 어김없이 내가 그곳을 살고있음을 느낀다. 시무라 켄과 50년 세월을 사이로 하나의 캐릭터, 고우를 연기하는 스다 마사키는 “이러다 정말 없던 영화가 될 것 같은 불안이 있었다"고도 이야기했다.

참고로 ‘키네마의 신'은 영화 감독을 꿈꾸던 주인공 남자가 촬영 도중 부상으로 꿈을 포기한 채 귀향. 이후 50년이 지나 자신의 시나리오를 발견하며, ‘다시 시작’하는 스토리다. 어쩌면 영화는 현실을 알고 있었을까. 영화 밖에 없던 남자가 영화와 결별한 뒤 다시 영화를 만나 ‘삶'을 향해가는 이 이야기는, 왜인지 오늘을 위해 준비된 이야기처럼도 들린다. 과거와 현재와 현실과 허구와, 그리고 영화와. 사람들은 ‘인생 영화'라는 걸 이야기하고, 세상은 종종 영화같다는 수사를 쓰는데 정말 삶이란, 반쯤 영화와 같은 게 아닐까. 시무라 켄을 기리는 영상엔 스크린 너머 스쳐가는 그의 얼굴이 보였고, 자막은 고우의 말인지, 그의 이야기인지 이렇게 이야기했다. ‘컷과 컷 사이 영화의 신이 내려온다.’ ‘밤에 보는 뉴스, ‘야후 재팬' 읽어드립니다’, 05호 발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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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BYSS | 2021/08/14 13:26 | Culture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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