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영화가 태어나는 곳

도에이의 기대작. 내게는 의외의 발견과도 같았던 시라이시 카즈야의 ‘고독한 늑대의 피'가 속편 공개를 앞두고 9분이 넘는 ‘예고 아닌 예고편'을 공개했다. 대사의 한 대목을 모두 4개의 사투리로 재연해놓은(후시 녹음의 더빙) 영상인데, 마츠자카 토오리가 ‘너희 모두 체포야'라 히로시마 방언으로 말하면 , ‘너희 모두'가 표준어, 오사카벤, 츠가루벤, 하카타벤으로 합을 맞추며 치고받는다. 외국인인 탓인지 듣는 재미를 난 잘 모르겠지만, 지난 해 ‘마티아스와 막심'을 사이하테 타히의 시와 스다 마사키의 낭송으로 믹스해, 홍보 영상을 만들었던 예와, 분명 멀리있지 않다. 코로나가 시작하고, 영화 마케팅은 분명 조금 다른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지난 아카데미, 남우 주조연상을 휩쓸었던 이 영화는 도에이의 가장 기대작이기도 한데, 근래 실패를 거듭하는 도호와 함께 생각하면, 역시 영화는 영화적일 때 가장 빛이 난다. 이 영화와 두 주 사이로 개봉하는 도호 영화는 또 하나의 속편인 기무타쿠 주연의 ‘마스커레이드 나이트(1편은 '호텔').’ 대략 5년 전 ‘히어로' 원과 투와 이렇게 닮을 수가 있을까. 이미 알 것 같은 ‘내일'을 만나는 건, 내게 별로 영화같지 않고, CJ 영화가 한국 영화가 아니듯, 도호 영화 역시 일본 영화가 아니다.


사실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야쿠쇼 코지의 뒤를 잇는 마츠자카 토오리의 ‘피.’ 일본 영화는 파워 있고, 다이나믹한 한국 영화와 비교되며 흔히 나약하고 말랑하다 이야기되지만, 시라이시의 ‘고독한 늑대의 피'를 보고 느낀 건, 생각(의 끝)을 두려워 하지않고, 모럴/언모럴의 사이에서 고뇌하는, 무너져도 타협하지 않고, 자신의 영화적 정당성을 (끝까지) 추구하는, 다소 미숙하고 무너지기는 해도 쓰러지지 않고 차라리 폭파하는 영화적 불온함이 그곳엔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건 시라이시 카즈야나 ‘너는 너라서 너다'의 마츠이 다이고, ‘콜 보이'의 미우라 다이스케나 ‘우행록'을 만들었던 이시카와 케이와 같은 이름으로 증명되고, 갓 결혼한 신랑 마츠자카의 이 영화에서, 고작 2~3년 전의 스다 마사키나 올림픽 개막식에서 춤을 췄던, 서른 이후 더욱 깊어지는 모리야마 미라이와 같은 연기로 실현된다. 한국의 배우에서 난 가끔 그걸 유아인에게서 보곤 하는데...

조금 더 이야기하면, 마츠자카는 ‘망상'이란 타이틀의 사진집 아닌 사진집을 두 편 냈었는데, 그건 ‘하고싶은 영화, 캐릭터'에 대해 대놓고 고백하는 이야기에 다름 아니었다, 일본 사람은 잘 모르겠지만, 일본의 젊은 배우들로 만들어지는 ‘일본 영화'는 분명 존재한다. 마츠자카의 ‘망상'을 펼쳐보며 그가 출연한 ‘콜보이', ‘고독한 늑대의 피', ‘불능법'이랄지 ‘신문기자'가 어른거리는 건 영화의 시간일까, 망상의 자리일까. 오늘을 조금 다른 자리에서 배반할 때, 영화가 태어난다. 


그리고, 📨 망상은 가끔, 흘러간 시간도 멈춰세우는 재주가 있다 '수필과 레터' 최신호, 공개중이에요. 그러니까 레터, 홍보중.

https://maily.so/tokyonotable/posts/d2686a


by ABYSS | 2021/08/21 15:30 | Culture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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