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일로 만난 사이', '직업 정체성'은 리뉴얼중

쿠마가 제안한 ‘고양이의 건축 5656’은 다소 의아하다 느꼈지만 그래서 쿠마 답다 생각했다. 쿠마 켄고가 10년 째 거주하는 카구라자카의 골목을 어슬렁거리는 길고양이 두 마리에 GPS를 부착, 고양이의 행동 반경을 리서치, 인간이 아닌, 비 인간의 주거 환경을 탐색한 프로젝트에서, 고양이는 매끈한 길보다 울퉁불퉁, 거친 길을 선호하고(전자의 경우 그냥 스쳐지나가지만 후자엔 몸을 벽에 부비기 시작하는), 외지고 비좁을 곳이면 들어가길 좋아하고, 정해진 길을 걷기보다 길을 만들며 걸어가는 특성에서 쿠마는 공(孔), 사선(斜め), 말랑함,(柔らかい),입자(粒子)그리고 시간(時間)이란 키워드를 도출, 내일의 건축을 제안했다. 1960년대 단게 겐조의 ‘도쿄 도시 계획'이 그랬던 것처럼, 하지만 정반대의 지점에서. 단게의 도시 계획이 효율과 압축에 의한 도시 생활의 샘플이었다면, 쿠마의 이 제안은 수직이 아닌 수평, 인간의 눈높이가 아닌 고양이의 생활 범주 안에서 내일을 모색하고, 그렇게 덜 인간적이고, 더 관계(함께)한다. 지향점은 다르지만, 결코 다른 맘은 아닌. 그건 늘 보다 나은 오늘을 향해 있(었)다. 


고양이의 건축이란, 굉장히 신선하고 새로운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그건 그저 쿠마 집에 ‘반은 길고양이’가 배회해서 벌어진 일일 뿐이기도 하고, 건축은 어쩌면 가장 가까운 ‘하루'의 디자인이었는지 모른다. 아이웨어 브랜드와는 선그라스를, 아식스와는 스니커즈 까지 제작하는 쿠마의 근래 활동상을 보면, 그는 늘, 항상 보다 나은 라이프, 삶을 바라보고 있(었)다. 얼마 전 한 웹진에선 한 때 건축학도이긴 했지만, 뮤지션인 페트롤즈의 나가오카 료스케와 쿠마의 전시를 순례하는 기사를 진행했는데, 중요한 건 아마도 음악, 건축이 아닌, 어떤 음악, 어떤 건축을 하는가에 있는 게 분명하다. “한 순간에 음악이 딱 등장하고 존재하는 게 아니라, 음악이 시작하려는 순간, 그리고 그 소리가 사라지려 할 때에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한다고 생각해요.” 음악이 아닌 관계하는 소리, 건축이 아닌 관계하는 자리. 그 날의 안내를 도운 건 쿠마 연구소의 주임 연구원 타노구치 씨였는데, 그도 한 때 록밴드, 음악을 했다고 했다.

그렇게 우린 모두 조금은 뮤지션, 그리고 건축가인 걸까. 기자로 10년, 여전히 내가 아닌 나의 것들을 바라보며, 이건 아마 나를 찾는 길일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쿠마의 ‘수동적 리터십', 일본의 프리랜서 지갑 사정, ‘재택 근무’ 시절의 샐러리맨과 전에 다 하지 못한 쿠마의 이야기를, 멤버쉽 레터로 발행했어요.

📨 https://maily.so/tokyonotable/posts/8352f5



by ABYSS | 2021/09/14 16:41 | Publicité | 트랙백

트랙백 주소 : http://monoresque.egloos.com/tb/3605180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