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01월 27일
어쩌면, 13월에 피는 꽃
일상이 마감이던 시절, 마감은 어쩌면 일상이라기 보다 비일상, 부러 만들어놓은 시간의 어떤 피리어드와 같은 것이었는지 모른다. 정신이 하나도 없이 매일을 살다 마감이 다가오면 어찌됐든 무언가 끝이나고, 그렇게 또 하나의 시작이 기다리는, 그곳에서만 작용 가능한 어떤 작은 시계의 알람 소리. 그건 어김없이 나의 한 달이고 일주일, 그런 시간이었지만 동시에 누군가 그려놓은 시간 축에 진입, 그곳을 관통하기 위한 날들이기도 했다. 레터를 보내기 시작해 1년 여. 그 주어진 한 토막 시간이란 얼마나 맘 편안한 거짓말이었을까. 마감을 살며 난 얼마나 나의 일상에 거짓말을 반복해왔던 걸까. 얼마 전 알게된 '천재들의 일과'란 책엔 헤밍웨이, 푸르스트, 움베르토 에코 등 소위 '난 사람'들의 일과를 소개하고, 그건 대부분 새벽형 인간(극도로 아침형이거나 극도로 밤형)에 다름 아니란 생각을 했다. 그러니까 누구의, 무엇의 방해도 받지 않는 오직 나 그리고 시간 많이 흐르는 공간.
사카모토 류이치는 직장암 수술을 받고 1주일 후, 새로운 곡을 만들었는데 그 제목이 Ieta, 일본어를 발음대로 영어로 표기한 '言えた, 말할 수 있었다'였다. 이 단 하나의 진심은 어쩌면 그런 이제야 찾은 '나의 시간'에 대한 소회가 아니었을까. 그는 얼마 전 '악보 스토어'를 오픈했고 '이제는 곡들을 무엇으로든 남겨놓아야겠다고 생각할 나이가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란 말을 했다. 결국 쓴다는 건, 시간에 저항하기 위한 나의 유일한 몸짓. 1월이 저물어가는 저녁, 난 머리를 짧게 깎고 어쩌면 조금 새해다운 생각을 했다고...부끄러운 웃음을 지었다.
# by | 2022/01/27 15:27 | Ein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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